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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분양형 호텔, 묻지마 투자 경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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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분양형 호텔, 묻지마 투자 경보음

입력
2014.07.1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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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에 임대소득 과세 없어 인기

외국인 관광객 늘고 규제 완화로 올해 분양 물량 작년의 2배 넘을 듯

법적으로 숙박업… 등급 구분 없어 수익 보장도 1년 기한이 대부분

오피스텔처럼 투자 피해 우려

서울 용산구에 사는 60대 김모씨는 퇴직금 1억원을 제주도의 한 호텔에 투자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1억6,000만원으로 호텔 객실 하나를 분양받는 상품인데 실투자금 가운데 10%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말에 이끌렸다. 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도 업체 측에서 지원해준다고 한다. 오피스텔과 달리 임대소득 과세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하지만 확정 수익을 보장해주는 기간이 지난 후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호텔 분양이 인기를 끌면서 신규로 짓는 물량이 급증하는 것은 아닌지도 마음에 걸린다. 김씨는 “얼핏 보면 장점이 많은 상품이지만 몇 년 전에 투자 붐이 일었던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처럼 공급이 많아져 나중에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는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기적인 임대소득을 내는 수익형 부동산 가운데 ‘분양형 호텔’이 인기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피스텔이나 상가보다 예상 수익률이 높고 세입자를 따로 알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덜한 데다 임대소득 과세 부담이 없어 은퇴 후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분양형 호텔들은 흔히 생각하는 관광호텔과 종류가 다르고 단기간에 공급이 많이 늘어나면서 수익률 악화 등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호텔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공고를 낸 호텔은 객실 기준으로 총 2,914실에 이른다. 이는 전년보다 20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올해는 이미 1분기에 작년의 분양 물량을 넘어섰고, 연말까지 최소 5,000실 이상이 분양할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에는 제주도에 짓는 호텔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 들어 부산과 영종도 등으로 분양 지역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분양형 호텔은 시행사가 개인 투자자를 모아 객실을 분양하고, 위탁 운영사가 호텔운영을 통해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도 호텔을 분양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호텔 수요가 늘고 정부의 규제가 완화되면서 지난해부터 분양형 호텔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인 고수익이다. 대부분 분양형 호텔은 7~8%의 수익을 확정적으로 보장하고, 심지어 12~14%까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분양가가 1억원이라 가정하면 매년 800만원, 월 66만원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얘기다. 만약 1억원 중 절반을 4% 이자로 대출받았다고 치면 대출이자 200만원을 제외한 수익금은 600만원이다. 대출금을 제외한 실투자금액이 5,000만원인데 수익금이 600만원이니 수익률이 12%란 계산이 나온다. 최근 오피스텔의 평균 수익률이 5%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라 할 수 있다.

세입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므로 공실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아파트 오피스텔과 달리 임대소득 과세를 피해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투자를 하려면 사전에 인지해야 할 점들이 많다. 우선 분양형 호텔은 관광진흥법의 호텔업이 아니라 공중위생관리법의 숙박업에 해당하는 시설이다. 엄밀히 따지면 호텔이 아니라 숙박업에 투자한다고 볼 수 있다.

관광호텔이 아니기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산정하는 별도의 등급이 없다. 따라서 분양 광고에 ‘특급호텔’ 등의 표현이 있다면 과장일 가능성이 크다. 등급 자체가 없는 시설인데도 높은 등급을 받았다는 오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수익률에도 함정이 있을 수 있다. 확정 수익의 경우 기간이 언제까지인지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준공 후 1년이 대부분인데도 판매 시 이를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1년 후에는 법률에 따라 계약자 모임이 결성되고 운영사와 매년 수익에 대한 협의가 진행된다. 운영이 잘되면 더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오피스텔보다 못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해운대 센텀호텔의 경우 8%의 확정수익을 분양 당시 보장했지만 개장 후 실적이 좋지 않아 투자자와 법정 다툼까지 가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분양형 호텔 역시 입지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양지영 리얼투데이팀장은 “관광 수요가 꾸준히 뒷받침되는 입지인지, 운영 업체가 탄탄한 곳인지를 확인한 후 투자를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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