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 송모(67)씨 살해 용의자 팽모(44ㆍ구속)씨가 “죄를 가볍게 하려고 서울시의원을 끌어들인 것”이라는 김형식 서울시의원 측 주장을 반박했다.
김 의원의 변호인은 지난달 26일 서울남부지법에 “살인교사를 한 지 2년이 지나서야 살인이 저질러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팽씨가 돈을 이유로 범행을 해놓고 책임을 덜기 위해 김 의원을 끌어들였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냈다.
팽씨의 변호를 맡은 강용섭 변호사는 17일 “본격적으로 팽씨를 압박해 살인을 하게 한 시점은 범행 두 달 전”이라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이런 내용의 변호인 의견서를 15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에 보냈다.
의견서에 따르면 김 의원이 최초로 범행을 사주한 것은 2년 전이지만 팽씨는 도저히 송씨를 죽일 수 없어 핑계를 대며 미뤄왔다. 김 의원은 여러 차례 팽씨에게 범행을 채근했지만 팽씨는 “송씨가 오늘 출근을 안 한 것 같다” “발목을 다쳐 깁스를 해서 못하겠다” 등 이유를 대며 시간을 끌었다.
팽씨에게 흉기를 주며 범행을 본격적으로 압박한 것은 올해 1월이라는 게 강 변호사의 주장이다. 김 의원이 팽씨를 불러 송씨의 건물로 가서 송씨와 송씨 아내가 사무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네가 못하면 내가 죽이겠다”고 뛰어나가려 하자 팽씨가 “나중에 내가 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나를 자극해 범행을 결단케 하려고 쇼를 했던 것” “범행일(3월 3일) 전날 김 의원이 ‘오늘은 무조건 끝내라’고 했다”는 팽씨의 진술도 덧붙였다.
검찰은 김 의원의 살인교사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팽씨의 일관된 진술과 김 의원과 송씨의 채무관계를 비롯한 정황증거에 비춰 살인교사는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면서 “(초기화됐던 팽씨의) 휴대폰을 일부 복원하는 등 증거를 보강했다”고 말했다.
한편 남부지검은 15일 서울 강서구에 있는 송씨의 사무실을 수색해 1991년부터 2006년 7월까지 송씨가 작성한 금전출납부를 추가로 확보했다. 검찰은 이 장부에도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이 있을 것으로 보고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미 확보한 장부에 적힌 검사와 공무원의 이름을 23회에 걸쳐 수정액으로 지우고 장부 일부를 찢은 송씨의 장남에 대해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장부는 살인, 살인교사 사건뿐 아니라 비리사건의 주요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장남이 이런 정황을 인지하고 장부를 훼손한 것이라 법리 검토 후 입건해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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