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있는 주변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세월호 참사 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하는 물음이 교무실에서 회자됐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있었던 단원고 교사들의 사연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일 것이다. 설사 선생을 우습게 여기고 괴롭히는 아이일지라도, 그 상황에서 외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결같이 말했다고 한다. 선체가 기우뚱한 가운데 탈출이 용이했던 5층에서 아이들이 있는 아래층 객실로 달려가는 그 순간 단원고 교사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이들을 보살펴야겠다는 것 외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을 것이다.
▦ 17일 광주 도심에 떨어진 강원소방본부 특수구조단 소속 소방헬기의 추락 동영상을 보면 조종사가 그 찰나에 무슨 생각을 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기체가 1, 2초 사이에 수직으로 도로에 곤두박질쳤다. 블랙박스 판독을 통해 사고원인, 비행궤적이 드러나겠지만 도로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에 찍힌 동영상을 보면 조종사가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게 선명하다. 도로 양쪽의 아파트 단지와 중학교, 상가를 피하고자 마지막까지 조종간을 붙잡고 안간힘을 썼을 조종사의 떨리는 손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민다.
▦ 다시 한번 온 국민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던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우리 사회의 수준을 되돌아보게 했던 세월호 선원들의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저임금의 계약직인 선장에게 무슨 책임감, 윤리의식이 있었겠냐 식의 이야기도 나왔다. 직업윤리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발현되는 것은 훈련의 결과일 수 있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책임감의 중요한 요인이다.
▦ 사고 헬기에 탑승했던 특수구조단의 막내 이은교 소방사는 한 블로그에서 “소방관이라는 이름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희생을 각오했다는 것이고, 그것이 최고의 자질”이라고 했다. 그런 그도 탑승 1시간 전 소방관의 국가공무원직 전환과 관련한 글을 페이스북에 링크했다. 소방관 대부분이 지방직이라 지방재정에 따라 장비나 처우에 차이가 커 국가직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얼마 전 소방관들이 광화문광장에서 땡볕에 방호복을 입고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인 이유다. 자부심이 자괴감으로 변하지 않도록 하는 건 국가 몫이다.
정진황 논설위원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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