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어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해 검찰이 재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번 구속영장의 유효기간은 무려 6개월로, 휴지조각이 돼 버린 첫 번째의 3배에 달한다. 인천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유씨의 조직적인 도피 행태와 피의자에 대한 압박 필요성, 검찰의 검거 의지 등을 고려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유효기간 만료를 하루 앞두고 영장을 재청구해 법원으로부터 이례적으로 ‘넉넉한 시간’을 받아냈다.
검찰은 지난 두 달 동안 유씨 일가 검거에 연인원 수십만 명의 경찰력과 육ㆍ해ㆍ공군, 임시 반상회를 통한 주민 협조까지 동원하고도 번번이 허탕을 쳤다. 이번에도 검거에 실패할 경우 인천지검 수사팀은 물론 검찰 수뇌부의 책임론이 더 거세게 불거질 수밖에 없다. 유씨 검거와 비리 수사에 수사관들이 대거 차출되면서 일반 형사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해 애꿎은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는 것도 작지 않은 문제다.
인천지법은 유씨 일가의 실소유 재산 344억원 상당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추징보전명령도 받아들였다. 이번을 포함해 동결 조치가 내려진 유씨 일가 재산은 시가 기준 1,054억원어치로, 유씨의 배임ㆍ횡령 등 범죄혐의 액수의 81%에 해당한다. 이들 재산은 유씨의 형이 확정돼 추징이 이뤄지면 세월호 참사 피해 배상 등에 쓰이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유씨를 검거해 법정에 세우지 못하면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유씨 일가 비리 수사에 착수한 뒤 입건된 피의자만 60여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도피조력자 13명을 포함해 26명이 구속됐지만 유씨와 장남 대균씨 등 자녀들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핵심피의자는 다 놓친 채 변죽만 울렸다. 더구나 유씨를 잡지 못하면 세월호 참사를 낳은 근원으로 지목된 청해진해운 관계자들의 얽히고설킨 비리구조를 낱낱이 밝혀내는 일도 어려워진다. 실제로 유씨의 부인 권윤자씨와 처남인 권오균 트라이곤코리아 대표는 어제 첫 공판에서 횡령ㆍ배임 등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친형 병일씨는 공소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적극적인 개입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검은 어제 유씨를 여태껏 잡지 못한 이유에 대해 “비호세력의 규모가 아주 크기 때문”이라며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어 검거는 시간 문제다”고 밝혔다. 지난 두 달 동안 거의 똑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 동안의 실패가 보여주듯 수사는 의지만 높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수사와 검거 작전에 문제가 없는지 근본부터 다시 점검해 더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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