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조력자 많던 유씨 사체만 홀로 방치돼
유씨 쫓던 검경 검거 실패 책임 불가피
검찰 수사를 피해 달아난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으로 유력시되는 사체가 발견되면서 사망 원인에 관한 의문도 동시에 제기된다.
유씨의 사인과 사망시점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해당 사체가 유씨로 최종 확인된다면 수많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의 도움을 받아가며 도피 생활을 이어 온 유씨가 홀로 숨진 채 발견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단일 사건 사상 최대 인력을 동원해 수색해 온 검찰과 경찰은 유씨의 소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인력과 시간을 낭비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피 조력자 많던 유씨 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나 = 22일 검경 등에 따르면 유씨로 추정되는 시신은 지난달 12일께 순천 송치재 휴게소로부터 2.5km 가량 떨어진 매실밭에서 부패한 상태로 발견됐다.
현재 검경은 DNA 최종 확인 작업을 하고 있지만 해당 사체가 사실상 유씨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결국 유씨를 찾는데는 성공했지만 사망 원인과 관련된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유씨는 그동안 전국 각지의 구원파 신도의 도움을 받아 장기간의 도피 행각을 이어왔다. 이런 유씨의 사체가 밭에서 홀로 발견됐다는 점은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이재옥(49·구속기소)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과 '김엄마'로 불리는 김명숙(59·여·지명수배)씨 등 구원파 신도 38명이 유씨 도피를 돕다 체포돼 이중 13명이 구속됐다.
검찰의 압박으로 초기 도피 조력자들이 잇따라 체포되면서 유씨가 이후 혼자서 도피 생활을 하다가 숨졌을 가능성이 우선 제기된다.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 가능성도 있다.
발견 당시 시신은 겨울점퍼에 벙거지를 썼으며 하늘을 바라본 상태로 누워 있었다. 반백골화가 80% 가량 진행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3개월에 가까운 검찰과 경찰의 대대적인 포위망에 압박을 느낀 유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도 있다.
시신 주변에는 소주병과 막걸리병 등이 흩어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술과 함께 음독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병언 반드시 잡는다던 검찰 뭐했나 = 만약 사체가 유씨로 최종 확인되면 그동안 사상 최대의 수사인력을 동원해 뒤를 쫓아 온 검찰과 경찰로서는 잇따른 검거 실패와 오판에 따른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두 달 동안 검사 15명 등 검찰 인력 110명을 비롯해 전담 경찰관 2천600여명이 은신처 수색이나 검문검색에 동원됐다.
그러나 정작 세월호의 실소유주로 밝혀진 유씨를 체포하지 못해 부실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유씨는 세월호 사고 며칠 뒤에 금수원을 빠져나와 5월 3일께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검찰은 금수원 압수수색 전인 5월 중순까지도 유씨가 금수원 내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오판했다.
이후 5월 말 순천 송치재 별장에서 유씨의 흔적을 찾았지만 이미 유씨는 달아난 뒤였다.
검찰은 유효기간이 끝난 유씨에 대한 영장을 지난 21일 재청구하면서도 유씨가 아직 밀항에 성공하지 못하고 국내에 잠적 중인 것으로 판단했다. 자살이나 사고사 등 사망 가능성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유씨 추정 사체를 눈앞에 두고도 여전히 엉뚱한 곳에서 유씨를 찾아온 셈이다.
세월호 참사 책임을 묻기 위한 유씨 검거작전은 결국 사체 발견으로 끝을 맺게 됐다. 수사팀은 물론 검찰 수뇌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씨의 사망으로 범죄수익 환수와 세월호 사건 책임재산(責任財産)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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