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청년 취업난 등 겹쳐 50대 취업자 수도 30대 앞질러
노령층은 생계형, 청년은 양질 일자리 세대별 취업 눈높이 다른 탓도
장모(59)씨는 3년 전부터 청소노동자로, 남편(61)은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반면 딸(27)은 2년째 직장이 없다. 대학 졸업 후 중소기업에 취직했지만 1년도 버티지 못하고 퇴직했다. 여기저기 입사지원서를 내고 있지만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장씨는 “함께 일하는 또래 엄마들의 최대 관심사가 자식 취업 문제”라며 “동료 열에 너댓 명은 취직 못한 자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0대를, 50대는 30대를 앞질렀다. 빠른 노령화에 따른 고령 노동자 증가, 고질적인 청년 취업난 탓에 취업 세대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고용시장이 급속도로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평균 60세 이상 취업자는 364만3,000명인 반면, 20대는 그보다 2만9,000명 적은 361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6% 늘었지만 20대는 0.5% 증가에 그쳤다. 60세 이상과 20대 취업자 수가 역전된 건 1963년 고용동향조사 이후 처음이다.
30대 취업자 수는 이미 50대에게 추월 당했다. 1분기 50대 취업자는 1년 전보다 6.0% 늘어난 568만4,000명으로, 0.1% 줄어든 30대(567만2,000명)보다 많아졌고, 2분기에는 격차가 15만7,000명으로 더 벌어졌다. 2012년 처음 남자에서 60세 이상 취업자가 20대를 앞지르고, 여자에서 50대가 30대보다 많아진 이후 갈수록 전체 고용시장의 고령화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취업자 연령별 비중 역시 고령화 쪽으로 기울고 있다. 1년 전에는 40대(26.50%) 30대(22.88%) 50대(22.36%) 20대(14.24%) 60세 이상(13.12%) 순이었지만, 올해 2분기에는 40대(26.00%) 50대(22.79%) 30대(22.18%) 60세 이상(14.13%) 20대(14.01%) 순으로 달라졌다. 30대는 50대와, 20대는 60세 이상과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특히 20대 취업자 비중은 30년 전인 1983년 1위(27.49%)였지만 10년 전인 2003년 30대, 40대 다음인 3위(19.58%)로 밀려난 뒤 현재 최하위로 떨어졌다. 반면 50세 이상 취업자 비중은 1965년말 15.91%→1987년 20.23%→2009년 30.58%→올해 2분기 36.92% 등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 추세다. 같은 기간 20~30대 취업자 비중은 50.33%(1965년)에서 36.19%(올 2분기)까지 빠졌다.
아무래도 인구구조의 변화와 기대여명 상승이 1차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15세 이상 인구 중 연령대별 비중은 1983년 20대(26.75%)가 단연 1위였지만, 지난해에는 60세 이상 인구(20.37%)가 가장 많아졌다. 30년 전만해도 인구구조가 나이가 적을수록 수가 많은 피라미드 형태였다면, 현재는 60세 이상→40대→30대→50대→20대 순의 주둥이가 넓고 바닥은 좁은 항아리 모양이다.
세대별 취업 특성과 눈높이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노령층은 당장의 생계를 위해 질이 낮고 보수가 적은 일을 감수하는 반면, 청년층은 양질의 일자리 자체가 적어 취업을 미룬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청년들은 취업용 추가 경력을 만들거나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해 준비하고, 기업은 신규 채용보다는 기존 50대 이상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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