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심상정 등 野 의원들 동참… 오늘 서울시청광장서 추모콘서트
“특별법이라도 제대로 만들어야죠. 억울하게 죽은 우리 아이들 넋이라도 달래주려면….”
전날부터 내리던 세찬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오락가락하는 빗줄기 속을 노란 우비를 입고 노란 우산을 든 180여명이 바닥만 보며 하염없이 걸었다. 각자가 짊어진 배낭과 목에는 먼저 떠나간 아이들의 사진과 학생증이 걸려 있었다. 희생자 304명의 영정사진이 내걸린 노란색 미니버스가 이들의 행진을 이끌었다.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지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희생자 유가족 180여 명이 장맛비 속에 ‘1박 2일 100리 행진’에 나섰다. 경기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를 출발해 단원고와 국회의사당을 거쳐 서울광장까지 1박2일 동안 약 40㎞를 걷는 일정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문재인 의원,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야당 의원 10여 명과 시민단체 회원 등 80여명도 이들의 도보행진에 함께 했다. 단원고 2학년 4반에 다니던 형 슬라바군을 잃은 유치원생 어준성(7)군도 아버지를 따라 행진에 참여했다.
희생자 유가족들의 100리 행진은 지지부진하기만 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출발에 앞서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이 달라져야 한다는 열망이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며 “진실의 문은 잠겨 있고 안전을 위한 출구는 없는 사회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행진에 나섰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수사권ㆍ기소권 없는 특별법은 속수무책 침몰한 세월호와 다를 바 없다”며 “모두를 위한 진실과 안전을 기약할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행진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단원고 2학년 9반 고 박예지 양의 어머니 엄지영씨는 “특별법 제정을 위해 여야와 가족들간 3자 협의를 하자는 제안을 묵살하더니 결국 가족들이 요구하지도 않은 대학 특례 입학 등의 엉뚱한 합의를 하는가 하면 핵심적 조항인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해선 문턱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성역 없는 진상 조사를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진은 각 반별로 조를 나눠 출발했다. 이들은 각 반별 깃발마다 각자 다른 염원을 담아 적었다. 깃발에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특별법 제정’ ‘진실을 밝히는 특별법 제정’ ‘기소권을 보장해야 처벌하지요’ 등이 적혀 있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와 빗줄기 때문에 쉽지 않은 행진임에도 가족들의 결연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출발 후 30여분을 지나 행렬이 단원고 앞을 지날 무렵 분위기는 이내 숙연해졌다. 단원고 앞에서는 교사와 생존자 학부모들이 나와 이들의 행진에 힘을 보탰다. 생존학생 학부모 20명은 “잊지 않을게, 끝까지 밝혀줄게”라고 적힌 노란 플래카드를 들고 유족들을 향해 흔들었다. 단원고 정문을 지나치던 유가족들 중 일부는 아이 이름을 부르며 끝내 눈물을 쏟았고 이를 바라보던 생존학생 부모들도 눈물을 훔쳤다.
이날 오후 8시 30분 광명시민체육관에 도착한 이들은 촛불문화제 및 국민대토론회를 열고 신속한 특별법 제정을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24일에도 행진을 이어가 유가족들이 단식투쟁 중인 국회의사당을 거쳐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세월호 100일 추모 콘서트에 참가하며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이현주기자 memorybox@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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