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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유병언 시신과 법곤충학

입력
2014.07.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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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경찰의 DNA 감식결과 유병언으로 추정된 변사체가 지난달 12일 발견된 전남 순천시 서면 신촌리의 모 야산 밑 밭에서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있다.연합뉴스
22일 오전 경찰의 DNA 감식결과 유병언으로 추정된 변사체가 지난달 12일 발견된 전남 순천시 서면 신촌리의 모 야산 밑 밭에서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있다.연합뉴스

사람이 죽어서 부패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시설을 처음으로 만든 곳은 미국 테네시대학이다. 일명 바디팜(Body-farm). 우리 말로는 ‘시체농장’쯤으로 번역된다. 새들이 지저귀고 다람쥐가 뛰어다니는 야트막한 언덕에는 여기저기 시신들이 놓여져 있다. 기온과 습도 등 자연환경과 몸무게, 나이 등에 따라 부패 속도가 얼마나 다른지를 관찰한다. 관찰 결과는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돼 법의학으로 규명하지 못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다.

▦ 시신 부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곤충이다. 시신과 그 주변의 곤충을 관찰해 사망 시점과 장소, 사망 원인을 밝히는 학문이 법곤충학이다. 1980년 6월 4일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18세 소녀의 시신이 발견됐다. 파리 유충(구더기)이 들끓었다. 비슷한 시기 데이트하던 여자를 강간하고 남자친구를 폭행한 범인 2명이 용의자로 지목됐으나 범행을 부인했다. 법곤충학자가 동원돼 검정파리가 맨 처음 알을 낳은 때는 일주일 전으로 사망 날짜는 5월 29일 낮이라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를 무너뜨리고 자백을 받아냈다. 범인 중 사형이 집행된 한 명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데드 맨 워킹이다.

▦ 부패는 신선한 사체, 부풀어 오른 사체, 활발한 부패, 진행된 부패, 건조한 부패, 유해 등 6단계로 진행된다. 곤충들은 부패가 진행되면서 내뿜는 가스의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데 단계별로 모여드는 곤충이 다르다. 맨 처음 달려드는 곤충은 검정파리와 쉬파리다. 이들은 심지어 심장이 박동을 멈추기 전에도 희미한 냄새를 맡고 달려든다. 몇 분만에 시신에 도착해 2주 동안 머물기 때문에 사망시간 측정에 중요한 지표가 된다. 그 후 딱정벌레들이 파리의 알과 구더기를 먹기 위해 몰려들고, 다음으로 개미나 말벌 같은 잡식성 곤충들이 달려든다.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종적을 감춘 지 불과 18일 만에 80%이상 백골화가 진행된 것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온도와 습도 등에 따라 가능하다는 견해를 보이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한국에서 법곤충학 연구는 걸음마 단계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됐지만 우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조금씩 발걸음을 뗐다. 연구가 부족해 사체곤충을 법정증거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 바디팜까지는 아니더라도 법곤충학 연구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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