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박지성 골 넣고 히딩크와 추억의 세리머니
‘‘영원한 캡틴’ 박지성(33)이 한 여름 밤의 축구 축제에서 가장 빛났다. 자신이 약속한 대로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고, 동료들의 도움으로 예비 신부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를 향해 골 세리머니를 했다. 한국 축구의 별들은 떠나는 전설을 헹가래 치며 예우했다.
‘팀 박지성’의 일원으로 그라운드를 밟은 박지성은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팀 K리그’와의 경기에서 후반 18분 동점골을 터트리며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팀 박지성의 첫 골은 박지성을 위한 선물이었다. 강수일(제주)이 전반 7분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자 팀 박지성 선수들은 양쪽으로 도열해 섰고, 김병지(전남)가 신부 역할, 박지성이 신랑 역할을 하는 세리머니를 연출했다. 이들은 나란히 행진을 한 다음 박지성이 김병지가 준비한 부케를 던졌다. 부케는 이승기(전북)가 받았다. 박지성은 27일 김민지 전 아나운서와 화촉을 밝힌다.
박지성은 후반 18분 기다리던 득점포를 가동했다. 3-4로 뒤진 상황에서 동점골을 터트리고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관중석에서는 박지성의 응원가인 ‘위송빠르크(박지성의 네덜란드시 발음)’가 울려 퍼졌다.
이날 경기는 올스타 전에서만 볼 수 있는 별들의 별난 세리머니도 풍년을이뤘다. 전반 22분 팀 박지성의 정조국(안산)은 골을 넣은 뒤 히딩크 감독과 포옹 세리머니를 했다. 6분 뒤에는 팀 K리그의 골키퍼 김승규(울산)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골을 터트렸다. 이 때 이근호(상주)는 브라질 월드컵 러시아전에서 골을 넣을 당시 상대 골키퍼의 ‘기름손’을 그대로 재현해 분위기를 이끌었다.
팀 박지성의 골키퍼 김병지(전남)는 경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01년 히딩크 감독님을 깜짝 놀라게 한 적(사건) 있었는데 간만에 오늘 올스타전에서 한번 더 놀라게 해드리려고 합니다”라고 공언한대로 그라운드 중원까지 드리블로 치고 나와 팬들을 즐겁게 했다. 또한 주심으로 변신한 최용수 FC서울 감독과 하석주 전남 감독은 ‘묻지마 경고’를 남발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양 팀의 승부는 사이 좋게 6-6 무승부로 끝났다.
박지성은 경기 후 “선수 생활 때 같이 뛰었던 선수들과 K리그 올스타전에 함께 경기한 것이 영광스럽다”며 “많은 팬들이 와주셔서 의미 있는 경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선수들이 나를 생각해 (결혼) 세리머니를 해줬는데 결혼 생활을 잘하라는 마음이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마 폭우가 예보됐음에도 경기장에는 5만113명의 관중이 찾았다. K리그 올스타전에서 5만명 이상이 입장한 것은 2003년 올스타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2003년 당시에는 5만5,874명이 들어찼다. 이후 줄곧 2만~3만명 수준이었다. 역대 올스타전에서 가장 많은 관중이 찾은 것은 1999년으로 잠실종합운동장에 6만5,872명의 구름관중이 몰렸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 사진으로 본 K리그 올스타전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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