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AF 세계 J선수권서 동메달, 기록도 2m24로 1,2위와 같아
10년 만에 한국육상에 낭보
승부 근성과 스타성 기질 있어, 이진택 계보 잇는 대형 재목 기대
초등학교 때 오른발이 택시 바퀴에 깔리는 중상을 당해 발바닥을 50바늘 꿰매는 대수술을 받은 소년이 있다.
충남고등학교 높이뛰기 선수 우상혁(18)이다.
그는 현재 오른발 270mm, 왼발 275mm로 오른발이 5mm 작다. 사고 후유증 탓이다. 당시 성장기라서 오른발 성장이 일정기간 멈췄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높이뛰기 디딤 발은 왼발이어서 ‘짝발’이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에는 불편함이 따른다.
이 때문인지 우상혁은 평소 입버릇처럼 “나도 역시 짝발로 고생한 이봉주 대선배처럼 내 발 사이즈에 꼭 맞는 개인 신발을 갖고 싶다”고 말해왔다. 대한육상경기연맹(회장 오동진)은 지난 4월 우상혁의 고민을 전해 듣고 맞춤 신발을 제작해주었다.
그런 우상혁이 한국육상의 미래를 활짝 밝혔다. 그는 26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의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14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4를 뛰어넘어 동메달을 따낸 것이다. 금ㆍ은메달리스트와 기록이 같았지만 성공 시기차수에 밀려 3위로 밀려났다.
2004년 경보 김현섭(동메달) 이후 10년만에 한국 육상의 세계선수권 메달 명맥을 이은 낭보다. 높이뛰기에선 1988년 박재홍(동메달) 이후 26년 만이고, 범위를 넓혀 필드 종목에선 2002년 정상진(용인시청)의 창던지기 3위 이후 12년 만이다.
한국 스포츠가 2000년대 들어 올림픽 톱10 성적을 꾸준히 냈지만 육상만큼은 뒷걸음질 치면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동서양인의 체질적인 특성을 들어 ‘면피’를 해보기도 했지만 같은 불모지로 여겨졌던 피겨와 수영에서 김연아와 박태환이란 걸출한 스타가 탄생하는 바람에 변명거리를 대지도 못했다.
암울함에 몸부림 치던 육상 관계자들은 우상혁의 쾌거로 대형스타 탄생을 예감하는 분위기다.
최경열(56)한국전력 마라톤 감독 겸 대한육상경기연맹 전무이사는 “희미하게 불 밝히던 한국육상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크게 반겼다. 그는 이어 “연맹의 지속적인 해외전지훈련 투자가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우상혁이 갈아치운 2m24는 올해 IAAF의 공인 주니어 기록 가운데 안드레이 스카베이카(벨라루스ㆍ2m26)에 이어 공동 2위에 해당한다.
육상인들은 우상혁이 높이뛰기 한 우물을 파는 프로정신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때부터 9년간 인연을 맺고 있는 윤종형(대전동구청)감독을 멘토로 두고 끊임없이 조언을 구한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우상혁을 전담 지도한 덴페프(미국)코치도 “관중이 많은 대회에서 더 잘 뛰는 승부근성과 경기를 즐길 줄 아는 스타성 기질이 있다”고 평했다.
한편 한국 남자 높이뛰기 기록(2m34)은 이진택의 이름이 17년째 맨 윗자리에 놓여 있다. 이진택은 1991∼95년 아시아육상선수권 3연패를 달성했고, 1998년과 2002년 아시안게임 2연패를 이뤘다. 이진택의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는 우상혁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변을 낳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올 시즌 아시아선수론 무타즈 에사 바심(카타르)이 2m42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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