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경선에 두 차례 출마한 데니스 쿠시니치 전 하원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공개편지(▶ 원문보기)를 27일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에 게재했다.
진보성향인 쿠시니치는 ‘한국전쟁 정전 61주년을 맞아 민주주의가 이전보다 더 중요해졌다’는 긴 제목의 편지에서 자신을 16년 하원의원으로 재임하며 한미우호를 다지고 한인사회와 깊은 유대관계를 가져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 정부의 정책이 반 민주적이고, 한국을 지키다 숨진 미국 장병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하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쿠시니치는 한국정부의 반민주적 조치의 첫 사례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내란음모 혐의로 체포, 투옥한 사실을 거론했다. 쿠시니치는 “이 사건이 정치적 견해가 크게 다른 정부에 반대할 때 수반될 수 있는 개인적, 정치적 위험을 잘 알고 있는 미국 의원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듯 말했다.
그는 이외에도 “정부정책 반대를 불법으로 몰려는 기도, 국가정보원의 정치적 목적 이용, 국정원 조사에 대한 정부의 방해 시도, 정부 반대자를 반역자로 낙인 하려는 시도, 민간인 불법사찰, 정부정책 의심자들에 대한 냉전시대적 공격, 소셜미디어와 같은 국가기관을 이용한 선거결과 영향 끼치기 등으로 미뤄볼 때 현재 한국정부가 민주적 가치들을 지키려는 지에 정당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쿠시니치가 사례로 든 한국정부의 반민주적 조치 중 일부는 이전 정부에서 행해지거나 현 정부의 개입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것들도 포함돼 있다.
쿠시니치는 또 한국전쟁에서 미군 3만3,686명이 희생되고 8,176명이 행방불명 된 사실을 언급하고는 “이들이 자유를 파괴하는 (박근혜 정부의)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희생된 것이 아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의원들이 박 정부의 정책을 인지하게 됨에 따라 박 정부는 민주주의 원리와 자치, 권력분립, 인권을 훼손하는 모든 관행들을 중단하는 노선수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전을 기념하며, 미국을 이끌어 한국을 수호토록 한 그 가치들을 지켜나가겠다는 박 대통령의 약속을 온 세계가 함께 축하할 수 기회를 달라”고 덧붙였다. 쿠시니치는 워싱턴에서 열린 이번 한국전쟁 정전 기념행사에 인권운동가인 부인 엘리자베스 쿠시니치와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쿠시니치는 이전에도 한국 정부에 대해 진보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포용정책을 주장한 바 있다. 2010년 한국전쟁 정전 기념행사 때는 북한고립 정책에 반대하며 오바마 정부에게 한반도 평화협정의 체결을 요구했다. 반전주의자이기도 한 쿠시니치는 2004년과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고,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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