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자료 전문가 김달진씨 한국 근현대 미술 도서·잡지 등 2만여점 현대미술관에 기증
"보관 공간 확보 어려워 결심"
‘걸어 다니는 미술사전’으로 불리는 미술자료 전문가 김달진(59)씨가 40여 년 간 모은 한국 근ㆍ현대 미술 자료 중 도서, 도록, 잡지, 학위논문, 팸플릿, 브로셔 등 2만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다. 1926년 조선총독부가 보통학교 4학년 미술 교과서로 편찬한 도화첩, 1956년 창간한 국내 최초 미술 월간지 ‘신미술’의 창간호 등 중요 자료가 포함돼 있다. 김씨는 30일 국립현대미술관과 기증 협약식을 했다.
그는 국내 어느 미술관이나 연구소보다 많은 미술 자료를 갖고 있다. 중학생 시절 신문과 잡지의 미술 화보를 모으는 취미로 시작해 국립현대미술관 자료실에서 10년, 가나아트센터 자료실장으로 5년 간 일한 뒤 2008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차렸다. 지금까지 단행본과 작가 화집 2만1,000여권, 정기간행물 339종 1만여권, 미술학회지 57종 1,300여권, 논문 690여권, 팸플릿 2만여점, 작가 개인 파일 270여권과 신문 자료 등 5만6,000여점 등 무려 18톤에 달하는 자료를 수집했다. 미술관이 전시를 할 때 그에게서 자료를 빌려가는 등 활용과 연구에 귀중하게 쓰이고 있다.
그는 이 자료들로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건물 3개 층을 빌려 한국미술정보센터,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김달진미술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누구나 볼 수 있게 무료 열람 서비스를 하는 한편 박물관 전시로 소개하고 연구 자료집을 간행해 왔다. 그 동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 전용공간 임차 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해 왔으나 이 사업이 9월 30일로 끝나 정부 지원이 끊기게 되자 더 작은 곳으로 이전을 준비 중이다. 서울 종로구 홍지동에 새 건물을 구했으나 기존 사용 면적의 절반밖에 안돼 열람실을 만들기 어려워 자료 기증을 결심했다.
김씨는 미술 자료의 열람과 전시, 연구가 한 곳에서 이뤄지기를 원해 지난해 초부터 백방으로 지원을 요청했으나 실패했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오라고 한 미술관이 있었으나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진다 싶어 포기했다. 결국 열람 서비스를 해온 도서류 등 일부는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고 나머지 자료들로 박물관과 연구소를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그는 “하도 호소하고 다녔더니 나중에는 구걸을 하는 비참한 기분이 들더라”며 “미술 정책이나 관심이 대형 전시나 비엔날레, 레지던시 같은 가시적인 것만 챙기지 문화의 토대를 닦는 자료 수집에는 신경을 안 쓰고 있다”고 서운해했다. 그가 수집한 자료 중 4.5톤 분량은 지금도 보관할 데가 없어 충북 옥천의 고향집에 쌓아 두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기증받은 자료를 분류하고 정리한 뒤 서울관 디지털자료실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할 계획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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