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대 배치받은 윤 일병, 부대원들에 대걸레 자루 부러질 정도로 맞고
3시간 이상 기마자세 얼차려… 감시해야 할 하사관도 구타 가담
지난 4월 7일 선임병의 구타로 사망한 28사단 윤모(20) 일병은 한 달 넘게 부대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잔혹한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윤 일병은 28사단 포병연대 본부포대 의무병으로 배치돼 대기기간이 끝난 3월 3일부터 사망 당일까지 36일간 이모(25) 병장 등 부대원들에게 매일 폭행, 욕설, 가혹행위를 당했다.
대답이 느리고 인상을 쓴다는 이유로 가슴을 때린 것을 시작으로 이 병장의 주도 아래 질기고 가혹한 폭행이 이어졌다. 이 병장은 대걸레 자루가 부러질 때까지 윤 일병의 허벅지를 때렸고, 3시간 넘게 기마자세를 강요하는 등 강도 높은 얼차려를 줬다. 대답을 똑바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치약을 짜 먹였고, 취침점호 후 부대원들이 돌아가며 잠을 못 자게 감시하기도 했다. 이 병장이 휴가를 갔을 때는 이모(20) 상병과 지모(20) 상병이 윤 일병을 폭행했다.
부대 내 가혹행위를 감시하고 제지해야 할 간부 유모(22) 하사는 “말 안 들으면 혼나야 한다”며 폭행을 방조한 것도 모자라 윤 일병에게 방탄헬멧을 씌우고 스탠드로 내리치는 등 직접 때리기까지 했다. 윤 일병에 앞서 이 병장에게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던 이모(20) 일병 역시 윤 일병 폭행에 한 차례 참여하는 등 부대 내 폭력이 대물림 되는 모습까지 보였다.
윤 일병은 사망 이틀 전 취침점호가 끝난 오후 10시쯤부터 네 시간에 걸쳐 폭행을 당했고, 사망 전날에는 오전 7시 30분쯤 얼굴과 복부를 맞고 얼차려까지 받았다. 이 병장은 자신이 뱉은 가래침을 핥아먹도록 했고, 식사하는 윤 일병을 때린 뒤 흘린 음식을 주워먹으라고 강요했다. 이 병장, 이 상병 등은 얼굴과 허벅지에 멍이 들었으니 약을 발라 주겠다면서 윤 일병의 성기에 약을 바르는 등 성추행까지 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쯤 다시 얼차려를 받고 복부를 얻어맞은 윤 일병은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오후 사망했다. 군 수사당국은 부검결과 윤 일병의 사인을 기도폐쇄로 인한 질식사라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이 병장 등 4명은 상해치사, 유 하사는 직무유기에 폭행방조, 이 일병은 단순 폭행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군 인권센터는 31일 긴급현안 브리핑을 열어 이 병장 등에게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28사단 검찰관은 ‘살인죄로 기소할 경우 무죄가 될 수 있어 상해치사죄로 기소했다’고 하지만 이는 폭행이 지속적이고 고의적이었다는 것을 무시한 채 사망 당일에 한정해 우발적인 사망사고로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 인권센터는 아울러 8월 5일로 예정된 보통군사법원의 결심공판을 중단하고 가해자들에게 성추행 혐의를 추가하라고 요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이 부대 간부 17명이 징계를 받은 만큼 28사단의 상급부대인 6군단에서 재판을 진행할 것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가해자들이 윤 일병이 쓰러진 후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살인을 목적으로 폭행한 것이 아니어서 고의성이 없다고 봤다”며 “포대장뿐 아니라 대대장, 연대장이 보직해임을 당하는 등 징계는 철저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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