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변화 모습 보여 주길" 야권 대선주자 구도에도 변화
경기 수원병(팔달) 선거에서 낙선한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정치인은 선거로 말해야 한다”며 7ㆍ30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손 고문은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재보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그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면서 “오늘로 손학규는 정치를 떠난다”고 밝혔다. 손 고문은 기자회견 내내 홀가분한 표정으로 준비해온 원고를 담담하게 읽어 내려갔다. 손 고문은 본인이 대선 후보 시절 내걸었던 슬로건을 언급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드린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성실하게 생활하겠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신학용 조정식 최원식 양승조 우원식 김현미 의원 등 10여명이 함께 했다. 앞서 손 고문은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당 소속 의원 및 측근들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계은퇴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향후 2년 가까이 큰 선거가 없는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차기 대선 때 만 70세가 되는 손 고문이 그 사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였던 손 고문의 정계은퇴로 야권의 차기 대권경쟁 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이날 안철수 공동대표가 재보선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고, 김두관 후보도 김포 보궐선거에서 패하면서 정치적 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당분간 야권의 남은 대선 주자 군은 문재인 상임고문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으로 좁혀졌다는 관측이다.
손 고문의 전격적인 은퇴 선언이 당내 나머지 계파 수장들의 거취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당장 손 고문은 이번 재보선 참패와 관련해 “국민들은 새정치연합이 충분치 못한다고 생각한다. 제 정계은퇴를 계기로 누군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새로운 각오로 혁신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67세인 손 고문은 서강대 교수시절인 지난 1993년 정치권에 입문, 경기 광명을 보궐선거에서 민자당 후보로 당선된 뒤 15ㆍ16ㆍ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보건복지부장관과 경기지사를 지냈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한나라당에서 탈당,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당적을 옮긴 뒤 당 대표를 3차례 역임했지만, 2007년 17대 대선과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잇따라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셔 본선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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