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병영은커녕 차라리 지옥이었다. 육군 28사단 포병연대 본부포대 윤 모 일병이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숨진 전말은 정말 충격적이다. 아무리 폐쇄적인 병영이라고는 하나 어떻게 이런 잔혹한 짓이 벌어질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최전방 GOP 총기난사 사건에 이어 관심사병들의 잇단 자살에 엽기적인 사병학대 사망까지 벌어졌다. 입만 열면 선진병영을 외쳐온 대한민국 군대의 실상이다.
군 인권센터가 그제 군 수사기록을 토대로 밝힌 바에 따르면 윤 일병은 부대 전입 후 2주간의 대기기간이 끝난 3월 3일부터 숨진 4월 6일까지 하루도 빠짐 없이 이 모 병장 등 4명의 선임병들에게 학대와 구타를 당했다. 이 병장은 윤 일병이 대답이 느리고 인상을 쓴다는 이유로 가슴을 가격하고 대걸레자루가 부러지도록 허벅지를 때렸다고 한다. 다른 3명의 선임병들은 윤 일병이 이 병장에게 맞아 다리를 절자 이를 트집잡아 또 때리고, 치약 한 통을 짜서 강제로 먹이기까지 했다.
윤 일병이 사망한 당일에는 잠을 못 자게 하고 새벽 2시부터 폭행을 했다고 한다. 심지어 이 병장은 침대 밑에 뱉어놓은 자신의 가래침을 윤 일병에게 두 차례나 핥아 먹게 했다. 다른 선임병들을 시켜 윤 일병의 성기에 안티프라민을 뿌리게 하는 등 성적 모욕을 가하기도 했다. 입에 담기조차 힘들 만큼 잔혹하고 엽기적이었다.
한 달 이상 그런 가혹행위가 벌어지는데도 상급부대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일선 병영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단적으로 말해준다. 본부포대의 부사관은 폭행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고 한다. 군이 수 없이 다짐해온 부대 내 가혹행위 근절 노력이 전혀 성과가 없었음이 또 다시 분명해졌다.
군은 윤 일병을 학대해 숨지게 한 선임병 4명을 상해치사 혐의로, 이를 묵인한 유 모 하사는 폭행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대대장과 연대장 등 17명이 보직해임 등의 징계를 받았다. 그 정도로 그쳐는 안 된다. 군 인권센터는 살인죄로 공소장을 변경할 것을 주문했다. 사태의 전말이 4개월 이상 공개되지 않았는데 사건을 축소ㆍ은폐 하려는 의도는 없었는지 규명해야 한다. 그 동안 이런 엄청난 일을 쉬쉬하며 국방부장관과 고위지휘관들이 고개를 들고 다녔다고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국방부는 어제 뒤늦게 “사안에 대해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며 조속히 병영선진화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도무지 미덥지가 않다. 제발 이번에는 병영 내 가혹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내놓기 바란다. 도대체 언제까지 자식 군대 보낸 부모들을 노심초사하게 할 작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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