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새누리당 세월호 피해 다녀선 "보수혁신" 불가
알림

[사설] 새누리당 세월호 피해 다녀선 "보수혁신" 불가

입력
2014.08.01 20:00
0 0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연일 새누리당의 혁신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제도 의원총회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의 혁신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7ㆍ30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혁신 마케팅’을 이어가는 당 대표의 말과 달리 정작 당내 분위기는 압승에 취한 모습이다.

혁신의 방향과 방법론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의총에서 참석 의원 절반 이상이 중간에 자리를 뜨고, 발언자도 극소수에 그쳤다고 한다. 더 가관인 것은 세월호특별법 협상에서 “야당에 밀려서는 안 된다”며 강경책을 주문하는 일부 의원들의 모습이다. 한 의원은 “세월호특별법 협상은 강하게 가야 한다”며 국회에서 단식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까지 문제 삼았다고 한다.

새누리당이 재보선 결과의 의미를 심하게 오판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맡고 있는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세월호 정국에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여당이 앞장서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국민들 사이에 세월호 피로증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원인 유발자가 세월호 문제를 정쟁화하는 정치권이고, 그 책임의 대부분이 새누리당에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세월호 참사 발생은 물론 구조 부실로 학생들이 떼죽음을 당한 데는 정부의 총체적 무능이 결정적 요인이다. 국정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여당이야말로 죄인 된 심정으로 사태수습과 후속대책에 앞장서고 서둘러야 하는 쪽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여당 행태는 선거 영향을 의식해 방어적인 데다가 교통사고 운운 등 엉뚱한 발언으로 논란을 부추기거나 정쟁을 유발하는 쪽에 가까웠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넘기는 동안 특별법 등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도 야당의 무리한 요구만 탓하고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어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추천권 문제와 관련, “법과 원칙에 관한 문제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완고한 자세를 고집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진상조사위의 특검 추천을 요구하는 데 대한 여당의 입장이다. 특별검사추천위원회를 거치도록 한 일반법(상설특검법)을 놔두고 특별법으로 예외조항을 만드느냐는 논란은 있으나 어느 쪽을 택하든 특검 추천과정에 야당 측 입장이 십분 반영돼야 한다. 여야의 쟁점이 진상조사위의 수사권 부여 여부에서 특검으로 옮아간 데는 야당에 특검 추천을 맡기겠다는 김무성 대표의 약속이 전제됐던 만큼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더욱이 세월호 특별법은 정부조직법이나 각종 경제활성화법 등 쟁점법안 처리에도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나 나라의 활력을 되찾는 일도 새누리당이 세월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선거 이후 민심을 오독하면서 대결적 자세를 부추기는 강경파 목소리가 당내에서 커지는 것은 결국 그들의 “보수 혁신” 목소리가 선거용이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보수 혁신의 핵심은 의회정치를 제대로 구현해 나라가 굴러가게 하는 일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