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가 떨린다" 한민구 국방 질타… "왜 은폐하느냐" 의혹제기도
새누리당은 3일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의 폭행 사망 사건에 대해 군 지휘부를 불러 기강해이를 강하게 질타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 사건을 “분명한 살인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책상까지 쳐가며 군당국을 질책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를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에 불러 윤 일병 사건의 보고를 받았다. 새누리당이 휴일에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 사건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젊은 청년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러 군에 갔다가 천인공노할 이런 일을 당했다”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 장관은 자식도 없느냐”고 질책했다. 김 대표는 책상을 내려치며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치가 떨려서 말이 제대로 안나온다”면서 “왜 이것을 은폐하려고 하느냐. 왜 이것을 쉬쉬 덮으려고 그러느냐”며 군의 은폐의혹까지 제기했다.
김 대표는 문책범위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윤 일병에 대한 폭행ㆍ가혹행위에 가담한 병사 4명과 이를 묵인한 유모 하사 등 5명을 군 검찰이 상해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지만 더욱 강한 처벌과 폭넓은 문책을 요구한 것이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한결같이 군 당국의 기강해이를 문제 삼았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지난 6월 발생한 육군 22사단 GOP(일반전초) 총기 난사사건까지 거론하며 “군 기강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면서 “(기강이) 풀어졌으니 이런 썩어빠진 행동들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에 한 장관이 “분골쇄신하겠다”고 답하자 이 최고위원은 “교과서 같은 얘기만 하지 말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군 출신의 황진하 국방위원장과 국방위 여당 간사인 김성찬 의원도 비판대열에 동참했다. 황 의원은 “군 출신으로서 창피해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라면서 “병영 안에 어떻게 암흑세계가 존재하느냐”고 추궁했다. 김성찬 의원은 “군대가 적 도발에 대해 원점 타격하겠다고 하면서도 하지도 않는다. 군대가 말로만 하는 이상한 병에 걸려버렸다”며 지휘부 책임론까지 거론했다.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거듭 사과했다. 한 장관은 간담회가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 6일 발족하는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 운영 등 향후 대책을 보고했지만 새누리당 지도부의 감정을 누그러뜨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 전환 이후에도 회의장에서는 고성이 새어 나왔다.
한편 국회 국방위는 4일 이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를 상대로 긴급 현안질의를 열기로 했다. 국방위원장인 황진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의 진상을 확인하고 병영 내 유사 사건이 벌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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