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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 세상에 알린 정은용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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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 세상에 알린 정은용씨 별세

입력
2014.08.0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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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 당시 발생한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을 세상에 처음 알린 정은용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이 지난 1일 오후 8시30분 대전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고인은 사건 현장에서 장남(당시 5세)와 딸(2세)을 잃은 피해자이기도 하다. 아내 박선용씨도 팔꿈치와 옆구리에 상처를 입었다.

노근리사건은 1950년 7월25~29일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철도 속칭 ‘쌍굴 다리’부근에서 미군이 피신해 있던 인근 마을주민을 향해 무차별 공중 공격과 기관총 사격을 한 사건이다. 1960년 유족들은 미군에 소청을 제기했지만 기각돼, 역사 속으로 묻히는 듯했다.

하지만 고인은 1994년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라는 실화 소설을 통해 이 사건의 실체를 낱낱이 세상에 알렸다. 이후 노근리사건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진상규명에 앞장서며 한국과 미국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결국 미국은 2000년 육군성 장관과 민간전문가 등 18명을 파견, 피해 주민의 증언 등 실태조사에 착수했고, 이듬해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우리 정부도 2004년 ‘노근리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사망 150명, 행방불명 13명, 후유장애 63명 등 226명을 피해자로 확정했다. 2011년에는 현장 부근에 위령탑, 평화기념관, 교육관, 조각공원, 야외전시장 등을 갖춘 노근리평화공원(13만2,240㎡)이 조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미국이 공식사과를 하지 않았고, 양국정부의 실질적인 피해보상도 미진했다는 점을 여전히 지적하고 있는 상태다.

고인의 아들인 정구도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은 “노근리 사건을 알리는데 혼신의 힘을 다한 아버지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 여사와 정 이사장, 구혁(개인병원 원장), 구열(개인사업)씨 등 세 아들이 있다. 빈소는 충남대 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4일 오전 7시30분이며, 장지는 충북 영동군 선영.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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