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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 헤쳐모여 반복… 가설정당 허물고 백년정당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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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 헤쳐모여 반복… 가설정당 허물고 백년정당 세워라

입력
2014.08.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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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개선은 없이 계파 악습 고착, 선거 져도 노선 투쟁만 무한 반복

새 인물·어젠다 발굴이 급선무… 계파 수장들 용퇴 자세 보여 줘야

7ㆍ30 재보선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0년 동안 줄기차게 선거 패배의 쓴 잔을 마셨지만, 그때마다 외부세력 수혈이나 합당을 통한 몸집 불리기로 위기의 돌파구를 찾아왔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급조한 이른바‘가설정당’의 리더십은 취약했고, 계파 간 당권 나눠먹기 관행만 고착화됐다. 내부 싸움에 몰두하는 사이 정당이 지향하는 노선과 정책 개발은 뒷전으로 밀렸다. 전문가들은 “혁신을 회피하기 위한 핑계로 외부 연대나 통합을 일삼아서는 안 된다”며 가설정당이라는 미봉책의 고리를 끊고 100년 가는 정당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차분하게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헤쳐 모여 10년”, 선거만 바라본 급조 정당이 낳은 리더십 참사

18대 대선 패배 직후인 지난해 1월 당시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모든 기득권을 다 버리고 치열하게 혁신하겠다. 백척간두 진일보의 각오로, 민주당을 바꾸겠다”고 했다. 이후 문희상 비대위는 ‘계파 패권주의 청산’을 핵심으로 내건 각종 혁신방안을 내세웠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바통을 넘겨 받은 김한길 대표 체제는 안철수 세력과 전격적으로 통합하는 것으로 당 혁신을 갈음했고, 6ㆍ4 지방선거와 7ㆍ30 재보선을 치렀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선거를 앞두고 급조한 ‘새정치연합’은 지역위원회, 중앙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할 정도로 어수선했다. 민주적 의사 결정이 결여된 탓에 두 공동대표의 리더십도 내내 불안의 연속이었다.

내부적인 체질개선은 외면한 채 선거 전에는 통합, 선거 때는 단일화 이벤트로 겉모습 치장에만 열을 올린 결과였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쪼개진 야권 세력이 통합 하는 것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면서도 “과거 야권의 통합은 늘 혁신을 회피하기 위한 명분으로 작동해 온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새정치연합은 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한나라당 개혁 세력 및 시민단체 진영 등을 합류시켰지만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는 데는 실패했다.

오로지 “남 탓이오”당권과 노선 투쟁만 일삼은 계파주의

새정치연합이 지난 10년 동안 혁신을 미뤄두고 분열과 통합을 반복하는 사이 계파정치는 더욱 고착화됐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통합을 하는데 누구를 쳐 낼 수 있겠냐. 계파라는 울타리 안에서 적당히 기득권을 유지하며 당권을 주고받는 역사가 반복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새정치연합의 역사는 ‘특정 계파의 당권 장악 → 나머지 계파의 지도부 흔들기 일상화 → 선거 패배 →비대위 구성 →다른 계파의 당권 장악’ 형식으로 당권 투쟁이 무한 반복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당의 이름과 대표 얼굴만 바뀔 뿐, 계파 수장들 중 누구 하나 “내 탓이오”를 외치는 사람은 없고, 서로 손가락질만 하기 바쁜 ‘반성조차 쉽지 않은 구제 불능 정당’으로 전락한 것이다.

특히 계파주의는 단순히 세력 싸움이 아닌 당의 이념과 비전 논의를 정체시키는 걸림돌로도 작용했다. 사안별로 건전한 토론이 이뤄지기 보다는 계파별로 선명한 야당과 중도 강화 사이에서 노선 투쟁만 일삼으며 민생 이슈 개발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대대적 인적쇄신, 새로운 인물과 어젠다로 정면승부해야

7ㆍ30 참패를 계기로 새정치연합에서도 더 이상 새누리당의 반사이익에 기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낙관론은 점차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새정치연합 한 핵심당직자는 “박근혜정부의 잇따른 실정에도 선택 받지 못했다”면서 “유권자 구조마저 고령화된 상황에서 보수 장기집권 시대로 갈 수 있단 두려움을 전체 의원들 다수가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전제로 새로운 인물과 어젠다를 선보이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이철희 소장은 “계파주의가 극성을 부리는 것은 공통의 대의가 없어서다”라면서 “결국 큰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새로운 리더십을 찾고, 일단 합의된 노선에 대해 흔들림 없이 끝까지 밀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각 계파 수장들인 중진의원들이 “계파는 없다”고 선언하고 용퇴하는 흐름을 만들어 차세대 주자들의 길을 터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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