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세월호 특별법 민심을 호도" "야당 지도부는 무책임하게 물러나"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7ㆍ30 재보궐선거 이후 여야 정치권의 반응에 크게 분개했다. 재보선 결과를 두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남발하는 새누리당이나 선거 패배 후 무기력증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참사 진상규명이라는 국민적 요구를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에서 만난 유족들은 먼저 새누리당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재보선 선거구 15곳 가운데 11곳을 휩쓴 새누리당이 선거 압승을 마치 대다수 국민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부정적으로 본 결과로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50대 유족은 “새누리당의 승리는 야당의 전략공천 실패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지 세월호 특별법 반대 민심이 작용한 게 아니다”며 “그런데도 새누리당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많은 국민들을 외면하다가는 낭패를 보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세월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에 ‘수사권을 줘야 한다’(54%)는 의견이 ‘주지 말아야 한다’(24%)는 의견의 두 배를 넘고 있다.
유족들은 새정치연합의 행태도 꼬집었다. 단원고 고 김송이 학생의 외삼촌 노종주(37)씨는 “‘책임지고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던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선거 패배 후 뚜렷한 대책 없이 물러났다”며 “참으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씨는 “결국 당의 이익을 위해 유족들을 이용한 것이고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인들은 다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는 유족, 시민 등 3,000여 명(경찰추산 650명)이 모인 가운데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음악회’가 열렸다. 소리꾼, 민중가요 노래패, 합창단 등의 공연에 이어 유족들의 편지 낭독과 시 낭송이 있었다. 김병권 세월호 희생자ㆍ실종자ㆍ생존자 가족대책위원장은 “그간 촛불집회와 행진에서 보여줬던 날 선 비판에서 벗어나 유족과 시민들 간 공감과 위로가 가능한 편안한 자리를 위해 음악회를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음악회나 영화제 형식으로 만남의 장을 계속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족들은 태풍 ‘나크리(NAKRI)’의 영향으로 서울에 강한 비가 내릴 것에 대비, 광화문광장 앞 단식농성장을 세종문화회관 예술홀로 옮겼다. 단식농성 21일째를 맞아 유족들의 건강이 빠른 속도로 악화해 이날까지 유족 9명이 병원에 입원했다. 현재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과 단원고 고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영오씨가 각각 국회 앞과 세종문화회관에서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이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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