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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럽권·개혁성향에 세계가 깜짝 "전대서 중진들이 초선 뽑은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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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럽권·개혁성향에 세계가 깜짝 "전대서 중진들이 초선 뽑은 격"

입력
2014.08.0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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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경이였다. 제266대 교황에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프란치스코 교황의 본명) 추기경이 결정됐다는 소식 말이다.

지난해 3월 13일 오후 8시 25분, 새 교황 프란치스코의 등장에 세계가 들썩였다. 최초의 남미 출신이자 1,283년 만의 비유럽권 교황이었다. 콘클라베(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비밀회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전 세계 언론이 점친 새 교황의 이름에 베르고글리오는 없었다. 최초의 흑인 교황이 나올지 모른다며 교황청의 정의평화주교회의 의장인 가나의 피터 턱슨 추기경, 나이지리아의 프랜시스 아린제 추기경이 거론됐고 북미에선 캐나다 출신의 마르크 우엘레 추기경이 유력 후보로 꼽혔다. ‘정통 이탈리아’ 출신으로는 바티칸 내의 지지도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안젤로 스콜라 추기경이 버티고 있었다. 심지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고향인 아르헨티나에서조차 레오나르도 산드리 동방교회 감독의 이름이 나왔을 정도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성식 다음날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일반 알현에서 아기에게 입맞춤하는 모습. K stage 제공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성식 다음날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일반 알현에서 아기에게 입맞춤하는 모습. K stage 제공

2005년 베네딕토 16세가 선출됐던 콘클라베에서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2위를 한 것은 모두 잊은 듯했다. 그도 그럴 법한 것이 콘클라베의 선거인단 115명은 모두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가 임명한 이들이었다. 출신 대륙을 봐도 유럽이 61명(53%)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북미가 17명(14.7%), 남미와 아프리카가 각각 16명(13.9%), 그밖에 아시아, 오세아니아 순이었다.

출신보다 더 놀라운 건 새 교황의 성향이었다. 예수회 소속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사회정의 구현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해방신학자인 김근수씨는 “개혁파가 교황이 되리라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당시의 충격을 표현했다. 그는 “추기경들이 전세계적으로 가톨릭이 맞은 위기를 인정하고 개혁파에 표를 던진 것부터가 기적”이라며 “정당의 전당대회로 치자면 골수 중진들이 소장파 초선을 뽑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표현했다. 비리와 추문으로 교황청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데다 세계 가톨릭 인구의 41.3%를 중남미가 차지하게 된 현실을 추기경들도 부인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가톨릭의 왕자(추기경)들이 솔로몬의 선택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긴 예정에 없던 콘클라베를 한 배경부터가 기적이라면 기적이다. 전임 베네딕토 16세가 종신제인 교황직에서 스스로 물러날 줄 누가 알았던가.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습니다.” 베네딕토 16세가 “완전한 자유의지”로 사임하겠다고 밝힌 회의에 참석했던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의 말이 이를 드러낸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도 “전례를 깬 유일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생전에 교황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적이 있기는 했다. 1415년 그레고리 12세의 사임이다. 598년 만의 기적과 추기경들의 의외의 선택이 교황 프란치스코를 만들어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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