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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라이딩… "취미 같은 사람끼리, 집+α를 공유합니다"

입력
2014.08.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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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풍경이 있는 집' 4인

"하숙은 얹혀 사는 느낌, 원룸은 비싸면서 좁아"

"내것, 네것, 소유 구분하면 같이 산다고 할 수 있을까요"

청년층의 주거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집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넓게는 여러 명이 한 집에 살면서 공동주거를 하는 형태를 말하지만, 취미나 관심사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기존 하숙이나 기숙사와는 다르다고 합니다. 입주 면접도 보고 경쟁률은 보통 4대1이 넘을 정도입니다. 인기가 많은 곳은 대기인원만 수십 명에 달합니다.

셰어하우스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히는 가격, 취미, 공유에 대해 네 명의 ‘미토인’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원룸보다 싸고 기숙사보다는 비싸다

비교적 저렴한 월세에 쾌적한 주거환경. 셰어하우스에 사는 이들 대부분이 꼽는 셰어하우스 선호 이유다.

요즘 서울 신촌의 원룸(26.44㎡) 가격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이 기본. 하숙비도 40만원선. 기숙사도 한 학기(3개월)에 최소 130만원을 넘는다. 기숙사 입주경쟁률도 높다.

이에 비해 셰어하우스 '미토'(49.58㎡)는 보증금 80만원에 월세 40만원. 원룸보다는 싸고 하숙이나 기숙사보다는 조금 높다. 지난 5월 미토에 입주한 네 사람도 원룸 가격이 오르면서 셰어하우스행을 결정했다. “원룸에 살면 월세와 생활비가 70만원이 넘었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부모님한테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손윤환)”, “엄연히 주인이 있는 하숙은 얹혀 사는 느낌이 들어서 싫었고, 원룸은 비싸면서 방은 너무 작았다(이주열) “, “원룸가격이 오르면서 나와야 됐는데 친척집에 가면 눈치가 보이고, 기숙사에 들어가자니 출입시간이나 지켜야 할 규칙이 많아 탐탁지 않았다(허진원)”

이들은 대부분 주거비용이 문제였다고 했다. 미토는 부동산을 임차해 해당 부동산을 새로운 임차인에게 다시 임대하는 전대업으로 운영된다. 최소한의 운영비용만 받고, 월세를 매기기 때문에 원룸보다 쾌적한 공간에서 원룸보다 적은 비용으로 지낼 수 있다. 계약기간도 원룸처럼 1,2년 단위가 아니라 최소 6개월 단위다.

또 하나의 가족

셰어하우스에 들어가려면 입주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미토의 김영규 대표는 “일단 각 지점에 맞는 취미와 관심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취미가 비슷하면 그 다음에는 나이, 직업, 성향 등을 감안해 셰어하우스에 입주했을 때 서로 잘 어울리는 지를 판단한다”고 했다. 자취를 너무 오래했거나, 부모님 집에서 오래 거주했다면 아무래도 공동생활에 부적응할 확률이 높아 면접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넷이 사는 미토는 ‘영화와 풍경’을 주제로 한다. 거실에는 영화감상을 위한 스크린과 프로젝트가 설치돼 있다. 명륜동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까닭에 창 밖 풍경도 근사하다. 이들은 일요일 오후 8시면 어김없이 벽에 기대 서로 돌아가면서 골라온 영화를 감상한다. 주로 액션이나 공상과학(SF)물을 본다. “술을 많이 먹고 실수를 하는 진원이한테 서운했는데, 최근 '혹성탈출'을 보면서 침팬지 흉내를 내면서 장난치다 보니 어느 새 서운함이 잊혀졌다"(이주열)거나 “로맨스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를 골랐더니 남자끼리 무슨 저런 영화냐며 핀잔하면서 정작 영화를 보고 나서는 같이 피렌체에 놀러 가자고 하는 아이러니"(허진원)가 공동생활에서 오는 불편함을 해소해준다. 혼자 살 거나, 식사시간 외에 얼굴 볼일이 없는 하숙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일이다.

취업 고충도 덜어진다. “밖에서 친구들이랑 고민 얘기 하는 것보다 자기 전 진웅이 형이 ‘취업준비 잘 되가니’, ‘별 일 없었니’라고 묻는 한 마디에 더 많이 위로를 받는다"(손윤환), “자기소개서를 서로 봐주고 정보도 공유하고, 입사시험에 떨어지면 같이 술도 마셔주는 든든한 후원군이다"(이주열), “혼자 살면 내가 가진 고민이 제일 심각한 것 같았는데 이렇게 같이 살다 보니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이진웅)고 한다.

함께 하는 미덕

같이 산다는 점에서 하숙이나 기숙사, 혹은 친구들과의 동거와 셰어하우스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하지만 실제 사는 사람들은 많은 점이 다르다고 했는데, 그 핵심의 '공유의 미덕'이었다.

“친한 친구랑 살면 ‘생활비 내라’, ‘규칙 정하자’ 이런 말 절대 못한다. 그냥 여유 있는 놈이 더 내고, 부지런한 놈이 집안일을 한다. 그런데 우리끼리는 집을 공유하는 목표 하에 모여서 서로에게 피해를 안 주려는 배려심이 은연 중에 깔려 있다. 요리를 좋아하는 내가 식사준비를 맡고, 깔끔한 진원이가 청소를, 기계를 잘 만지는 진웅이가 집안수리를 맡는 식이다. 자연스럽게 스스로 뭔가 하게 된다"(이주열)

“하숙이나 기숙사는 같이 살되 따로 움직인다. 그런데 셰어하우스는 같이 살면서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 영화 보는 것부터 장을 보고, 밥을 같이 하고, 빨래도 해주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서로 배려하고 공유하는 거다"(손윤환),

“최근에 진원이가 갑자기 빨래건조대에 있는 내 속옷을 집어 입었다. 하숙이나 기숙사였으면 기분이 많이 상했을 거다. 그런데 장난치면서 웃어넘겼다. 여기 오고 나서 말도 많아지고 웃음도 헤퍼졌는데 단순히 같이 살아서 생긴 변화는 아니다. 서로 이해하려고 하는 의지 이게 ‘공유’ 아닐까"(이진웅),

“셰어하우스에 있어도 반찬뚜껑이나 화장품에 라벨 붙여놓고 소유를 구분하면 같이 산다고 볼 수 있을까. 하숙이나 기숙사와 달리 여기서는 ‘같이 살면서 뭘 좀 해보자’라는 의식이 깔려 있다. 그게 취미활동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과 삶을 공유하려는 용기일 수도 있다"(허진원)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김명선 인턴기자(고려대 철학과 4)

●미토는

셰어하우스 ‘미토’는 현재 서울 동대문구(발명가의 집), 용산구(자전거 라이딩의 집), 종로구(영화와 풍경이 있는 집) 에 세 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토는 미토콘드리아의 줄임말로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생성하는 소기관을 말하는 생물학적 용어입니다. 미토를 창업한 김영규 대표는 “셰어하우스가 미토콘드리아같이 미토인에게 에너지를 만들어 주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합니다.

(왼쪽부터)이주열 허진원 이진웅 손윤환
(왼쪽부터)이주열 허진원 이진웅 손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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