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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밴드 오브 브러더스를 보고 배워라.

입력
2014.08.0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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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미국 4전투여단은 주둔지인 켄터키주 포트 캠벨에서 마지막 열병식을 치렀다. 병력조정의 일환으로 해체된 것이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략이 직접적 군사 개입에서 훈련 자문 등 소극적 방향으로 전환함에 따라 4전투여단이 병력 조정 정책의 대상이 됐다고 한다. 미국 USA투데이는 4전투여단의 해체를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 종언을 고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보도했다.

이 부대는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의 실존 부대인 미 육군 101공수사단 4전투여단이다. 이 드라마는 미국 HBO에서 제2차 세계 대전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10부작 미니시리즈인데,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 등이 참여하였다. 드라마 내용 중 윈터스 후임으로 온 이지 중대의 다이크 중위는 승진을 위한 전투경력을 쌓기 위해 온 장교일 뿐, 매사에 소극적이고 안일한 대처로 중대원을 이끄는데 실패하였다. 교체하려고 하나 상부에 연줄이 있어 쉽지도 않다. 반면 후임으로 임명된 스피어스 중위는 뛰어난 지휘력과 용감하게 맡은 임무를 완수해 포이 탈환에 성공한다. 또한 립튼 상사 등 동료부대원의 전우애와 인간애가 훈훈한 감동을 주었다.

최근 윤일병 사망사건으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가혹행위나 인권침해행위는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 되질 않는다. 특히 국방부와 군 당국의 병사관리나 사건처리 역시 후진국이나 있을 법한 행태여서 할 말을 잃게 한다. 이게 어찌 대한민국군대인가? 장교들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하기야 병사관리보다 승진이나 영달에 목메어 있는 한국장교들을 나무라기도 어렵다. 사회구조가 모두 이기주의, 한탕주의, 패거리주의에 얽매여있는데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욕하겠는가? 나라 지키러 군대에 간 젊은 이들과 부모만 불쌍할 뿐이다. 병사들의 자살이나 가혹행위가 오래 전부터 발생했는데도 어떤 조치도, 가시적인 정책 변화도 없었다는 것이 한국의 군 실태이다.

군 인권센터의 설문조사를 보면 '군대에서 구타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8.5%였고 구타당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병사도 17.7%로 2005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고 한다. '구타를 당했을 때 탈영 또는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병사는 무려 34.6%였다.

이는 명령일변도의 수직적 통솔방법에 기인한다고 본다. 군기강이나 군기율이 해이해져 발생했다고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의 군 병영문화를 보면 명령보다는 민주적 리더십이 훨씬 효율성이 있다. 대한민국의 군 리더십은 일제시대 이래 아직도 변화지 않고 있어 환골탈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군의 경직된 사고, 국방행정의 폐쇄성 등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성이나 군기밀보안 등을 생각하면 당연한 측면도 있지만, 사병들의 병영이나 생활관까지 비공개로 일관하고 소통이 막혀버리게 하는 구조는 범죄나 비리의 악순환을 키우는데 일조한다.

군 병사들의 가치관, 윤리, 인성 등을 군장교나 군 당국이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지체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인터넷과 SNS를 즐기고 자유분방한 그들의 행태를 군대라는 틀 안에 가두고 억압하려고 하고 오호지 복종과 단속만이 최선이라고 교육시킨다면 누가 쉽게 수용하고 군생활에 적응하겠는가?

이제 늦더라도 고쳐야 한다. 민주군대로 거듭나야 한다. 경직된 소통체제를 개방체제로 바꿔야 한다. 구타나 가혹행위를 단죄하도록 군 형법체계도 고치고 민사손해배상도 강화하여야 한다. 활동이 중단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상시 가동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군의 정신교육과 전투훈련은 더욱 강화해야 하지만 병영이나 생활관에서는 개성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휴대폰지급이나 군옴부즈만 제도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

군은 사기를 먹고 산다. 사기를 높이려면 지휘관의 일방적 지시나 권위적 언행보다 부하들을 자식처럼 인격체로 존중하고 상담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장병들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보고 배워야 한다.

김택 중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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