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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와 찰러리맨, 닮은 듯해도 딴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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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와 찰러리맨, 닮은 듯해도 딴판인…

입력
2014.08.0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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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 당당한 소비 주체로 부상… 찰러리맨, 취업 후도 부모 그늘에

스타워즈, 디즈니 등 영화 속 캐릭터의 피규어 2,000여 점이 모여 있는 '키덜트의 천국' 경북 경산의 CW 갤러리. CW 갤러리 제공
스타워즈, 디즈니 등 영화 속 캐릭터의 피규어 2,000여 점이 모여 있는 '키덜트의 천국' 경북 경산의 CW 갤러리. CW 갤러리 제공

어린이는 아니다. 하지만 블록형 완구인 레고를 조립하면서 몰입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피규어(모형 인형)를 수집하고, 한정판 피규어가 나오면 갖고 싶고 수집해야 직성이 풀린다면 당신은 어른아이 바로 ‘키덜트’다. 꼭 수집욕이 발동하지 않는다 해도 귀여운 캐릭터가 들어간 의류나 생활용품을 사용해 본적이 있다면 마찬가지다.

아이(Kid)와 어른(Adult)을 합친 신조어로 몸은 성인이지만 행동이나 취향은 어린아이 같은 성향의 사람들을 키덜트라 부른다. 1980년 미국의 정보통신(IT) 업계 종사자인 짐 워드 니콜스가 뉴저지 스티븐슨 공대 재학 당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때는 철없는 어른, 유치한 취향을 가진 마니아로 취급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당당히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장난감이 어린이들의 전유물이 아닌지는 오래다. 국내에서도 레고를 비롯한 피규어, 무선조종카 등 고가 장난감을 즐기고 수집하는 성인들이 늘고 있다. 얼마 전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날드가 어린이 메뉴인 해피밀에 슈퍼마리오 인형을 끼워주자 성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키덜트의 대표 제품인 레고는 수십만원대를 호가하는 제품들도 수개월 기다려야 구입할 수 있을 정도며 온라인에는 수십여개의 관련 동호회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유명인들이 레고를 취미로 즐긴다고 밝히며 키덜트 트렌드를 부추겼다. 영국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수년전 레고 타지마할을 구매했다고 공개하자, 해당 제품 매출이 600%이상 늘었다. 국내에서도 빙상여제 이상화, 가수 케이윌 등이 소장한 희귀 레고를 전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연간 약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키덜트 산업이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활발하게 확장되고 있는데 실증연구 결과를 보면 키덜트들은 자신이 행복했던 어린 시절 향수를 떠올리고 이를 소비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위안과 심리적 안정을 얻는다”고 말했다.

성인이면서 어린아이 같이 유치한 행동을 하는 이들은 ‘찰러리맨’이라고 불린다. 어린이(Child)와 샐러리맨(Salaried Man)의 합성어로 취업 후에도 부모에게 심적, 물질적으로 기대어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취업이 늦어지고, 부모의 과잉보호가 늘면서 부모에게 의존하는 자녀들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키덜트와 찰러리맨은 주체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키덜트는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나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동기화되지만 찰러리맨은 이미 직장을 갖고 있고 독립할 수 있는데도 부모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행동하고, 부모의 영향을 받는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부모가 아이들의 성공에 인생을 거는 문화다 보니 자녀들이 시키는 것은 잘하지만 스스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는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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