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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사건 특별감사, 결국 수뇌부 비껴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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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사건 특별감사, 결국 수뇌부 비껴 가나

입력
2014.08.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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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육군본부 지휘 개통엔 간단한 구두 조사로만 끝내

"장관이 알아야 할 사안으로 안 봐" 책임 떠넘기기 급급한 양상까지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10일 주말 외출을 나온 육군 장병들이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역 인근 쇼핑몰로 들어가고 있다. 의정부=연합뉴스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10일 주말 외출을 나온 육군 장병들이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역 인근 쇼핑몰로 들어가고 있다. 의정부=연합뉴스

육군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 은폐의혹에 휘말린 군 당국이 이번에는 부실보고에 대한 늑장감사와 책임 떠넘기기로 눈총을 사고 있다. 국방부는 감사인력을 군 수뇌부가 아닌 현장보고 조사에 집중 투입하며 초점을 흐리고, 국방부와 육군의 지휘부는 문책 피하기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이 내놓는 후속 대책도 실효성과는 거리가 멀어 졸속이라는 비판이 많다.

특별감사가 지휘부 아닌 사고부대에 집중

국방부는 5일부터 한민구 장관 특별지시로 차관 직속 직무감찰과 소속 인력 10여명을 감사에 투입했다. 상부 보고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파악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군 당국은 대부분 감사관을 사고부대인 28사단에 집중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국방부와 육군본부의 지휘계통에 대해서는 구두로 간단한 조사만 마쳤다. 몸통이 아니라 피라미만 잡는 시늉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초 특별감사의 초점은 김관진 당시 장관이 가해자들의 엽기적인 가혹행위와 관련된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국방부나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인 김 장관이 줄곧 “사망 다음 날인 4월 8일 오전 조사본부의 1차 서면보고 외에 추가 보고가 없어 세부내용은 모른다”고 선을 그으면서 감사범위 자체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국방부 설명대로라면 특별감사는 당시 김 장관의 눈을 가린 보고누락자가 누구인가를 규명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국방부 주변에서는 조사본부장 내지는 인사복지실장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돌고 있다. 그러자 조사본부 일각에서는 “첫날부터 장관에게 모두 보고했다”며 항변의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백낙종 조사본부장이 “가혹행위 세부내용을 보고받지 못해 장관에게도 한 장짜리 서면보고에 그쳤다”고 감사과정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박대섭 인사복지실장도 “조사본부나 육군으로부터 가혹행위의 세부내용을 보고 받은 것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10일 “지휘계통의 참모들이 이번 사건을 장관이 구체적으로 알아야 할 지휘보고 사안으로 보지 않고 안이하게 대응한 것 같다”며 “그러면서도 대책회의를 열고 전군 실태조사까지 벌인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윤 일병과 군 인권 피해자 추모 문화제에서 군에서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윤 일병과 군 인권 피해자 추모 문화제에서 군에서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육군은 물러난 총장에게 폭탄 돌리기

육군 지휘부도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 물러난 권오성 전 총장은 “첫 보고 외에 추가 보고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육군 고위관계자는 “헌병실장과 법무실장은 특별참모이기 때문에 총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게 관계”라며 권 전 총장에게 폭탄을 돌리는 듯한 언급을 했다. 이를 두고 28사단 헌병대와 군 검찰을 통해 사건의 전모를 파악한 육군본부 헌병실장(준장)과 법무실장(준장)의 책임을 경감하려는 고육책이라는 분석이 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가 후속대책으로 내놓은 국방인권협의회도 졸속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방인권협의회는 군 인권 정책과 인권 교육에 대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추진계획을 점검하는 기구로 국방부가 최근 공개한 ‘군 인권업무 훈령’개정안에 포함시킨 제도개선안이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의장을 맡고 각군 법무실장과 인권담당관,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통해 인권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근본적이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대대급 이상 부대에 주기적으로 인권 교육을 제공하는 인권교관을 임명할 수 있는 조항도 훈령에 포함시켰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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