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원 2명 뇌물 2억7000만원 챙기고 나랏돈 12억 빼돌려
미래부·서울시 담당 공무원도 관리·감독은커녕 뒷돈 받아 써
공공기관 연구원들이 정보통신(IT)과 방송을 융합한 공공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정부 출연금을 특정 업체가 받도록 해주고 그 대가로 억대 뇌물을 받아 챙기다 검찰에 적발됐다. 해당 사업 전반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서울시의 담당 공무원은 이 같은 비리를 사전에 막기는커녕 오히려 연구원들에게 거액의 뒷돈을 요구하고 뇌물을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문홍성)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소속 연구원 강모(40)씨와 김모(48)씨, IT업체인 F사 김모(40) 대표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은 또 이들로부터 체크카드를 받아 사용한 혐의(뇌물)로 미래부 이모(48) 사무관, 서울시 박모(44) 주무관, 연구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업체 대표 등 4명을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겼다.
미래부는 IT와 방송을 융합해 공공서비스를 개발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방송통신융합 공공서비스 활성화 환경 구축 사업’을 시행하고, 2008년부터 미래부(당시 지식경제부) 산하 공공기관인 NIA를 통해 민간 기업에 정부 출연금을 지원해왔다. 출연금 규모는 매년 30억원 내외로 지난해에는 31억원, 올해는 39억5,000만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NIA 네트워크 선도서비스부 수석연구원인 강씨와 김씨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NIA가 발주하는 관련 사업을 수주하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관련 업체들을 자체적으로 모집해 협회를 꾸렸다. 모집된 17개 업체들로부터는 150만원에서 2,600만원까지 총 1억6,000여만원 상당의 협회비를 뇌물로 받아 챙겨 오피스텔을 사거나 해외 골프여행 경비로 사용했다. 협회에 가입한 일부 업체는 이들 연구원의 도움으로 실제 NIA에서 하는 발주 사업을 하청 받고 정부 출연금을 받아 냈다.
이들은 또 강씨의 초등학교 친구인 김씨 명의로 업체 F사를 설립한 뒤 NIA로부터 직접 사업을 수주해 9,000만원에 달하는 정부 출연금을 받아 챙기고, 사업을 하청 받은 업체들이 F사에 재하도급을 맡기도록 하는 식으로 거액의 출연금을 빼돌렸다. 또 특정 업체에 사업 수주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뇌물을 받기 위해 F사 계좌를 이용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두 연구원이 챙긴 뇌물은 2억7,000만원, 횡령한 정부 출연금은 12억원에 달했다.
이들의 비리를 적발해야 할 미래부와 서울시 담당 공무원들도 비리에 연루되긴 마찬가지였다. NIA의 사업 추진 방향과 예산을 정해주고 업무를 감독하는 실무책임자였던 미래부 5급 사무관 이씨는 강씨에게 2015년 미래부가 발주하는 사업을 NIA가 맡게 해주겠다며 매년 1억원을 달라고 요구해 800만원이 입금된 체크카드 두 장을 받아 사용했다.
서울시 소속 7급 주무관 박씨 역시 ‘서울시 도심 서비스 시범 모델 개발’ 관련 업체 대표로부터 사업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1,000만원 가량이 들어 있는 체크카드를 받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정부 출연금을 매개로 미래부 공무원과 NIA 연구원, IT업체, 서울시 공무원까지 연결된 ‘다단계 부패 먹이사슬’이 이번에 확인됐다”며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수사를 통해 드러난 비위 사실을 모두 관계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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