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 땐 주도권 선점 포석… 합의점 못 찾으면 역풍 우려도
새누리당은 야당의 세월호 관련 재협상 요구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긋는 동시에 합의 파기의 귀책사유가 새정치민주연합에 있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여야의 극한 대치가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재협상 국면이 도래하더라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은 12일 비공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야당의 재협상 요구에 대해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 파기로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야당의 주장은) 양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우리 사회 근간인 법과 원칙을 어떤 일이 있어도 훼손할 수 없다”며“구체적 사안은 원내대표가 적절하게 대처해 달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지도부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과연 이렇게 해서 우리가 얻는 것이 무엇이고, 이 나라 정치는 어디로 가는가. 또 민주주의의 본질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진상조사위에 수사ㆍ기소권을 부여하고 야당과 유가족의 특검 추천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 형사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문제”라면서‘양보불가’입장을 재확인했다.
한번 신뢰관계가 깨진 야당 지도부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없지 않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재협상 자체를 꺼낼 상황이 아니다”라며 답답함을 표시했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야당 요구대로 재협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뭔가 카드를 꺼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책임 떠넘기기 만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의 고민도 적지 않다. 세월호 관련 여야 협상이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새누리당은 집권당으로서 재보선 승리에 취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여론을 도외시했다는 역풍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여야의 냉각기가 길어질수록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민생 법안들도 줄줄이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나성린 정책위수석부의장이 “세월호 난국에서 벗어나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수 있도록 우리 국민과 정치권,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도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고민의 연장선에서 나온 호소다.
때문에 당 지도부는 13일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기존 합의에서 물러서면 안 된다는 강경론이 우세할 것이란 관측이 많은 가운데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위의 수사ㆍ기소권 기속 등에 대한 여론전을 확대해 국민적 공감대도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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