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친박·비박 구분 의미 없어, 당직 인선서도 적재적소 배치 역점
김기춘 재신임한 대통령 뜻 존중, 다만 김 비서실장도 변해야 할 것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더 이상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구분은 의미가 없다”면서 “당직 인선을 마무리한 뒤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례회동을 통해 당청간 의견 조율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 김 대표는 자신감이 충만해 보였다. 전당대회 보름 만에 치러진 재보선에서 대승을 거뒀고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에서 선두에 올라서는 등 김 대표의 한 달은 파죽지세나 다름없기도 했다. 그는 전당대회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강한 톤으로 비판했던 것과 관련해서도 “김 비서실장을 재신임한 박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지만 불통 논란이 다시 커지면 똑 같이 비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_7ㆍ30 재보선 압승의 요인을 뭐라고 보나.
“민생경제 활성화에 올인하겠다고 진정성 있게 호소한 것에 대해 기회를 한번 더 주신 것으로 본다. 그 시점에 꼭 필요했던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 발표도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다.”
_당직 인선에서 김무성 체제 안정에 역점을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탕평인사의 핵심은 적재적소 배치이다. 이제 내 머리 속에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구분은 없다.”
_이정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인선했는데.
“이 의원은 전남에서 보수진영 후보로는 26년 만에 당선됐다. 어차피 지명직 최고위원 한 자리는 취약지역을 배려할 작정이었다.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_당청관계도 염두에 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당청관계는 내가 소통을 잘하면 된다. 물론 이 최고위원의 합류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_수평적 당청관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우선 청와대가 변하고 있다. 불통 비판이 많았지만, 대통령이 대면보고도 받고 여야 지도부도 만나는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_전당대회 때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강한 톤으로 비판했는데.
“특정 개인을 비판한 게 아니다. 지금도 필요한 만큼 통화하고 있다.”
_김 비서실장의 거취는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는 건가.
“박 대통령이 김 비서실장을 재신임한 가운데 청와대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박 대통령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다만 김 비서실장도 변해야 한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를 치를 때부터 혁신을 화두로 삼았다. 7ㆍ30재보선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반바지에 빨간색 셔츠 복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그는 “나부터 혁신하겠다고 약속했던 만큼 두려워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면서 혁신 의지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선거구를 비롯한 정치제도 개편에도 적극적이다.
_ 화두로 내건 ‘보수 혁신’의 핵심은 뭔가.
“기득권과 특권의식의 포기, 정당 민주화와 함께 몸을 낮추는 것 등에서 혁신의 세부 내용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_전략공천은 절대 없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나는 절대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을 생각이다. 공천은 국민의 선택이다. 너무나 간단한 논리인데 이게 사심 때문에 안됐다. 이제 리더십도 자기희생이 없으면 안된다.”
_선거제도 개편도 염두에 두고 있나.
“26년 만에야 호남에서 보수후보가 당선됐다는 것 자체가 병적인 사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나 석패율제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_4년 중임제 개헌도 언급한 바 있는데.
“유권자의 3분의 2 이상이 선호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다. 5년 단임제는 다른 선거랑 주기도 다르고, 유능한 대통령일 때는 너무 짧은 반면 무능한 대통령일 때는 그 반대다.”
_세월호특별법 합의가 진통을 겪고 있다.
“그간 원내대표끼리 워낙 어렵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합의를 이뤄냈으니 지켜보자.”
_야당에 특별검사 추천권을 주자고 했다가 한 발 물러섰는데.
“여야 지도부끼리 은밀하게 나눈 대화가 곧바로 다 공개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솔직히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_당초부터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본 것인가.
“여당 입장에선 민간인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주는 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대신 다른 건 다 양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꾸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밝히라고 하는 데 불순한 의도 아닌가. 그러니까 신뢰가 깨지는 것이다.”
_야당이 리더십 공백상태에 빠진 것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태어날 수 있다. 야당에도 강경파가 있고 온건파도 있을 터인데 지금이 오히려 야당에게는 리더십 탄생의 기회다.”
김 대표는 요즘 경제분야 공부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지난해 철도파업 당시 중재자로 나섰던 그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사회적 대타협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서유럽의 사회적대타협운동 등의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_최경환 경제팀에 대해 재정건전성과 가계부채 악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솔직히 그런 우려가 있더라도 지금은 비상약을 써야 할 때다.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디플레이션 갭이 4년째 계속되고 있다. 자칫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도 있는 비상 시기다.”
__재정건전성 악화를 방지할 방법이 있나.
“무엇보다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하다. 우리도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을 리턴시켜야 하는데 일상적인 불법파업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건 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독일 슈뢰더 정권의 ‘어젠다 2010’ 같은 사회적대타협운동이 필요하다.”
_한국은행에 금리인하를 공개 압박한 것은 월권 아니었나.
“각오하고 얘기했다. 민생경제를 살리려면 재정확대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환율과 금리도 연관이 있으니까 너무 경직되게 운용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정리=양정대기자 torch@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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