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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전쟁 가해의 흔적 하나둘씩 지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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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전쟁 가해의 흔적 하나둘씩 지워간다

입력
2014.08.1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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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아베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인식을 담은 고노담화가 있다며 이를 수정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고노담화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1993년 8월4일 고노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로, 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것이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아베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인식을 담은 고노담화가 있다며 이를 수정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고노담화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1993년 8월4일 고노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로, 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것이다. 연합뉴스

태평양 전쟁 패전 69주년을 맞는 일본에서 침략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반성과 불행 등을 기록한 비석이나 안내판 등의 철거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도쿄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침략 전쟁의 주범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일본을 강조하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우경화 정치의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나라현 덴리시는 야마토해군항공대 야마토기지(일명 야나기모토 비행장) 유적지에 설치된 안내판을 4월 철거했다. 철거 이유는 1995년 설치된 “조선인 노동자와 위안소의 여성이 강제 연행됐다”는 문구 때문이다. 일부 우익단체들이 이 문구가 ‘근거없다’며 시에 항의하자 시가 슬며시 안내판을 철거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전국에서 (강제연행 논란이) 논의되고 있어 시의 공식 견해로 해석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안내판을 설치한 나라ㆍ발굴하는 모임으로서는 시의 입장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모임 관계자는 “당시 비행장 건설에 참가했던 건설회사 관계자로부터 건설현장에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수가 2,000~3,000명에 달한다는 증언 등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라며 “시는 철거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도 무사시노시 나카지마비행기 무사시제작소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가미카제 특공대가 자살공격에 사용한 제로센전투기 엔진을 조립하던 곳이다. 미군은 1944년 11월 24일 도쿄 공습 당시 이 곳의 변전실을 표적으로 삼아 폭격에 나섰고, 학생 17명을 포함한 2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시는 도쿄의 대표적 전쟁 유적지인 이 곳 변전실을 3월 공원 정비 명목으로 철거키로 결정했다.

나가노현 나가노시는 마쓰시로 대본영 조잔지하호 입구 간판에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적으로 동원했다”는 문구 중 ‘강제적으로’라는 부분을 일반인이 보지 못하도록 테이프로 덧붙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이밖에 NTT서일본은 미에현 스즈카시 해군항공대 격납고 시설을 해체했고, 오키나와현 마에다고지 후방진지 유적도 올해 구획정리과정에서 사라졌다. 하천 공사로 해체위기에 놓은 시즈오카현 시마다시의 ‘제트(Z)연구’유적은 태평양 전쟁 말기 미군 폭격기 B29에 전자파를 쏴 조종 불능상태에 이르게 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된 곳이다.

한일관계 악화의 영향에 따라 혐한세력들이 철거운동을 주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군마현 다카사키시의 조선인 추도비는 우익세력의 거센 반발에 굴복한 현이 추도비를 설립한 시민단체에 설치허가갱신 보류와 함께 자진 철거를 요청한 상태이며, 시민단체는 이에 불복,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나가사키시 한국인 피폭자 위령비도 우익세력들이 비슷한 이유로 반발, 설치가 늦어지고 있다.

사이타마현 평화자료관은 지난 해 전시돼있는 연표에서 ‘위안부’와 ‘난징(南京)’이라는 문자를 삭제했다. 일본 우익세력들은 난징대학살 자체가 날조된 것이라며 정설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사카부와 오사카시가 공동출자중인 오사카국립평화센터도 가해의 역사를 대폭 축소시킨 뒤 재개장하기 위해 휴관중이다.

도쿄신문은 “일본에서 태평양 전쟁을 겪은 체험자는 점차 줄어 전체 인구의 20%에 불과해 전쟁의 참혹상을 알릴 수 있는 것은 일본 각지의 전쟁유적지에 남아있는 간판 등이 유일하다”며 “이런 가운데 ‘침묵의 증언자’역할을 해온 이런 기록들이 속속 철거되고 있다”며 일본의 브레이크 없는 우경화폭주를 우려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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