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여성에 첫 세족례 베풀고 마약소굴·난민촌 찾아 보듬고
이·팔 분쟁의 땅에서 평화 염원… 마피아 파문 등 구악엔 무관용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3월 즉위 이후 외국을 방문한 것은 단 두 차례뿐이었다. 따라서 한국을 찾는 것은 그의 세 번째 해외방문이 된다. 그는 즉위 이후 하루도 쉴 틈 없이 종교와 종파를 초월해 사랑과 평화를 전파하려 노력했다. 바티칸을 개혁하고 유럽 중심의 가톨릭에서 벗어나 각국의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애써온 1년 5개월의 발자취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의 예수회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 직후 로마 인근 소년원을 찾아 교황으로선 처음으로 여성과 무슬림의 발을 씻는 세족례를 베풀었다.
교황은 개혁의 첫 단추를 추기경 자문단 구성으로 시작했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교황청 조직을 재편하기 위해서였다. 오랫동안 마피아의 돈세탁 창구라는 비판을 받아온 바티칸은행 개혁에도 착수했다. 교황은 바티칸은행의 활동과 역할을 획기적으로 손질하기 위해 바티칸은행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바티칸은행의 회계감독을 세계적 회계법인에 맡겼다. 바티칸의 금융감독기구인 금융정보국의 이사 5인을 전원 해임하고 다국적 인사를 기용한 데 이어 7월 프랑스 출신 장 바티스트 드 프랑쉬를 신임 행장에 임명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성직자들의 성범죄 문제도 좌시하지 않았다. 3월 성직자의 아동성범죄 근절을 위해 8개국 전문가로 구성된 아동성추행 대책위원회를 발족한 데 이어 5월 성직자들의 아동성범죄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제사회의 약자를 찾아 손을 어루만지는 행보도 이어졌다. 지난해 7월 처음으로 로마 밖으로 나선 교황은 아프리카 난민들의 밀항지로 유명한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의 불법 이주자 수용소를 찾아 밀항 도중 숨진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교황의 첫 해외 방문지는 브라질이었다. 지난해 7월 브라질을 방문해 마약 소굴이자 빈민촌인 리우데자네이루 바르지냐 골목을 찾아가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5월 중동 방문 때는 요르단 국왕의 만찬을 사양하고 시리아 난민들과 식사를 함께했다. 이스라엘을 거치지 않고 팔레스타인을 먼저 찾아 기도한 것도 파격이었다. 교황은 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해 세계 정교회 수장인 콘스탄티노플의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를 만나 교회일치를 논의했다. 6월 8일 열린 교황청 기도회에는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함께 초대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해결하고자 하는 염원을 드러냈다.
6월 21일 교황은 마피아 파문 선언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마피아의 한 분파인 은드란게타의 본거지 칼라브리아에서 미사를 갖고 “마피아처럼 악의 길을 따르는 자들은 신과 교감하지 않는다”며 “마피아 단원들은 파문됐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번에 한국을 찾은 뒤 9월에는 유럽 최빈국 알바니아를, 내년 1월에는 스리랑카와 필리핀을 방문할 예정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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