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의견에 정치적 부담 덜어… "산악에 남은 인원 수천명에 불과"
英가디언 "아직 2만~3만명 고립" 유엔도 최고 수준 비상사태 선언
미국이 이라크 북부 신자르 산악지대에 2주째 고립된 야지디족의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구출작전이 필요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앞서 미국은 지상군 투입을 포함한 대대적인 구출작전을 검토했다.
이날 밤 호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신자르 산악지대에 고립된 야지디족 숫자가 “예상보다 적고, 이들의 여건도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헤이글 장관은 따라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전개할 필요성이 낮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 동안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에 포위돼 있던 야지디족은 미군 공습과 쿠르드군 페쉬메르가의 화력 지원으로 탈출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1,000명을 비롯 최근 4일 동안 4만명의 야지디족이 안전한 쿠르드 자치지역으로 탈출했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현재 신자르 산악에 남아 있는 야지디족은 수천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 평가팀 20여명이 신자르 지역에 투입돼 상황을 파악한 결과, 구출작전이 필요 없다는 보고를 해왔다”며 “군은 구출작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가디언은 현지 구호 관계자의 말을 인용, “아직 2만~3만명이 고립돼 있다”며 상반된 보도를 했다. 유엔도 이날 IS세력 확대로 발생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최고 수준인 레벨 3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이보다 앞서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 중인 매사추세츠주 마서스 비니어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야지디족 구출작전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출작전 시기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수일 내로 군의 제안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작전에는 지상군 투입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호주도 군대파견을 준비, 구출작전은 대규모로 전개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수시간 뒤 구출작전이 불필요하다는 국방부 의견이 공개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을 한결 덜 것으로 보인다.
구출작전은 많은 변수로 인해 2011년 철수한 미군과 다국적군을 다시 이라크로 끌어들일 위험이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와 별개로 영국과 프랑스는 쿠르드군 무기지원에 나섰으며, 독일은 구호지원 방침을 밝혔다. 유엔과 미국은 이날 하이데르 알아바디 신임 총리를 주축으로 한 새 통합정부 구성을 촉구하며, 퇴진을 거부하는 누리 알말리키 총리를 압박했다. 유엔 안보리는 성명에서 모든 정당은 헌법이 규정한 정치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며 알아바디 신임 총리에게 힘을 실었다. 알말리키 총리는 새 총리 지명의 위헌 여부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