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을 따지지 않기로 유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탈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 그대로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이틀째인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고자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들어서면서 모두 여덟번 자신이 탄 차를 멈춰 세웠다.
교황을 환영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시민 속에서 아이들을 발견하고서였다.
헬기 대신 KTX를 타고 대전을 찾은 교황은 오전 10시10분께 대전월드컵경기장 밖에 도착해 국산 소형차 '쏘울'에서 내린 뒤 지붕이 없는 무개차(오픈카)로 갈아탔다.
이른 새벽부터 기다리고 있던 시민에게 환한 미소로 손을 들어보이며 화답하던 교황은 지나가다 아이들이 보이면 차를 멈춰 세우게 한 뒤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거나 이마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교황이 탄 차가 한 아기를 그냥 지나치자 교황은 고개를 돌려 아기를 쳐다보며 앞좌석에 탄 수행원에게 차를 멈추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아기와 10여m 떨어진 곳에 차가 멈추자 교황은 경호원에게 아기를 데려오게 해 얼굴을 쓰다듬으며 강복했다.
덕분에 오픈카를 따라 걷던 교황의 경호원들은 수시로 군중 속에서 아기를 안고 교황에게 데리고 와 교황을 만나게 해 준 뒤 도로 부모에게 데려다 주기를 반복해야 했다.
경기장 밖에서 7분간의 카퍼레이드를 진행하는 동안 모두 6번 차를 멈춰 세운 교황은 경기장 밖에서 기다리던 시민과 신자들뿐 아니라 경기장 직원들에게도 일일이 손을 들어 인자한 미소를 건네며 천천히 이동했다.
도중에 바람이 불어 흰색 주케토(성직자들이 쓰는 원형의 작은 모자)가 날아갈 뻔하자 주케토를 벗어 왼손에 쥔 상태에서도 오른손을 들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을 잊지 않았다.
5만 명이 넘는 군중이 다 같이 "비바 파파!"(Viva Papa, 교황 만세)를 연호하는 가운데 경기장에 들어선 교황은 차를 타고 경기장을 천천히 한바퀴 돌면서 인사를 건넸고, 이 와중에도 2번 차를 세우게 한 뒤 아기의 이마에 입맞춤하는 등 아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방한 첫날인 전날에도 파격 행보를 선보였다.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국 주교단과 만난 교황은 오후 6시50분께 일정을 마치고 국산 소형차 '쏘울'에 탑승한 뒤 밖으로 나오자마자 차에서 잠시 내렸다. 자신을 향해 "비바 파파!"(Viva Papa, 교황 만세)를 연호하는 시민을 보기 위해서였다. 교황은 아이들과 장애인의 손을 꼭 잡아준 뒤에야 차에 올라탔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 허영엽 대변인은 15일 소공동 롯데호텔 프레스센터에서 연 브리핑에서 "교황 입장에서는 더 많은 사람과 접촉하기를 원하고 그것이 그분의 큰 뜻이라 전혀 안전 장비도 없이 사람들을 대한다"며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게 교황의 안전 부분"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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