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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뒷북만 치고 다니는 인권委 존재 이유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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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뒷북만 치고 다니는 인권委 존재 이유 뭔가

입력
2014.08.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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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3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현병철 위원장 명의의 성명에서 “유가족들이 국회와 광화문에서 31일째 단식 농성하며 목숨을 위협받는 수준에 이르는 등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며 “정치권은 특별법 제정 해법을 하루빨리 찾는 지혜를 발휘해 달라”고 말했다. 인권위의 세월호 성명은 참사 120일 만에 처음 나왔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인권위는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서의 유가족 사찰과 경찰의 유가족 미행, 참사 피해자들의 장기 단식 등 일련의 인권침해 행위에 침묵해왔다. 직권조사나 정책권고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물론 단 한마디 입장발표 조차 없었다. 인권위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육군 28시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에서도 인권에 눈감은 인권위 실상이 드러났다. 윤 일병의 지인은 지난 4월 7일 “윤 일병의 몸과 다리에 선명한 상처와 피멍 자국이 있어 조사를 원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같은 달 중순께 현장조사를 벌여 엽기적인 구타와 가혹행위를 확인했다. 하지만 군 당국이 가해자를 군 검찰에 기소했다는 이유로 진정을 각하했다. 윤 일병 사건은 그 후 묻혀있다 3개월 후인 지난달 말 시민단체인 군 인권센터의 폭로로 진상이 밝혀졌다. 그러자 인권위는 윤 일병 사건 등 최근 발생한 군내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만일 인권위가 윤 일병 사건을 제대로 조사했다면 끔찍한 사건의 실상이 진작에 알려지고 군 당국의 은폐도 밝혀낼 수 있었다.

인권위는 지난 2009년 현 위원장 취임 이후 국가 인권 수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누차 받아왔다. 특히 정부와 시민이 충돌하는 민감한 사안에는 권력의 눈치를 보며 인권구제 요청을 외면해왔다. 2010년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씨가 진정을 제기하자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각하했다. 쌍용자동차 사태와 용산 참사, 진주의료원 환자 퇴거 사태, 밀양 송전탑 농성 등에서 벌어진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서도 철저히 외면했다.

이런 이유로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는 지난 4월 2001년 출범 이후 항상 A등급을 받았던 인권위에 사상 첫 ‘등급 보류’판정을 내렸다.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인권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권력기관의 인권침해 감시와 이로 인한 피해의 구제다. 인권위는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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