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째 단식 김영오씨, 교황에 편지 건네고 “감사합니다” 울먹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영오(47)씨를 만나 그의 두 손을 잡았다. 16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치러질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인의 시복미사를 집전하기에 앞서 한 카퍼레이드에서였다.
광화문광장 주변을 무개차로 돌던 교황은 김씨를 비롯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 400여명의 앞을 지나다 멈춰 섰다. 수행 통역을 하는 정제천 신부에게 설명을 들은 교황은 가족들을 보며 가슴에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어둡고 침울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 교황은 34일째 단식으로 초췌해진 김씨 앞으로 다가가 그의 두 손을 잡았다. 김씨는 교황의 손등에 얼굴을 묻었다. 교황은 수초간 눈을 감고 기도했다.
김씨는 고개를 들어 교황에게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해주십시오”라고 말한 뒤 편지를 건넸다. 그리곤 감정에 북받친 목소리로 연신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주변 다른 가족들의 손도 잡으며 강복했다. 차에 올라서도 교황은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가족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쳤다. 카퍼레이드 동안 환호하던 주변의 신자와 시민들도 순간 숙연해졌다. 전날에 이어 교황은 이날도 왼쪽 가슴에 노란 리본 배지를 달고 나왔다.
한편, 교황은 이날도 30분간의 카퍼레이드에서 10여명의 아기와 어린이의 이마에 입맞추고 머리를 쓰다듬어 축복했다. 교황의 아이 사랑은 유명하다. 이 때문에 바티칸의 교황 경호원들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주변에서 아이가 보일 때마다 안아서 교황에게 데려다 주는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방한 중 카퍼레이드에서 역시 교황을 지키는 경호원들의 손길은 무척 바쁘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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