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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역대 흥행 1위 충무로 세 번째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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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역대 흥행 1위 충무로 세 번째 전성기

입력
2014.08.1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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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1400만 고지 올라

영화 '명량'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명량'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영화 산업은 ‘명량’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것이다.”(영화평론가 오동진씨)

한국영화 ‘명량’(감독 김한민)이 16일까지 1,398만8,495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모으며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1,362만4,328명)를 제치고 역대 최고 흥행 영화 자리에 올라섰다. ‘명량’은 17일 전인미답의 1,400만 관객 고지도 정복했다. 1,600만 관객 달성도 무난하리라는 전망이다.

영화계 일각에서 ‘명량’이 충무로의 새로운 흥행 전성기를 열어젖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2년 시작된 세 번째 호황의 정점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영화는 1960년대 첫 번째 전성기를 누렸다. 2000년대 초중반 ‘제2의 르네상스’를 만끽했다.

‘명량’은 2004년 첫 1,000만 영화 ‘실미도’가 나온 뒤 딱 10년 만에 나온 10번째 1,000만 한국영화다. 10년 사이 충무로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두고 2006년 스크린쿼터 일수가 반으로 줄었고 2000년대 후반 불황을 맞았다. 위기 속에서 충무로는 산업적 체력을 다졌다. 스크린 수는 2004년 1,451개에서 지난해 2,184개를 기록했다. 전체 관객 수는 2004년 1억3,517만명에서 지난해 2억1,332만명으로 급증했다. 2012년 ‘도둑들’을 시작으로 ‘명량’까지 2년 새 4편의 1,000만 영화가 나온 산업적 토대다. 한 영화사 대표는 “특히 ‘명량’은 1,000만 영화의 산업적 의미를 확연히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최근 1,000만 영화가 흔해진 상황에서 한국영화 대박의 기준을 1,500만 관객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충무로는 최근 스타배우와 흥행에서 검증된 감독을 결합하고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흥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명량’도 예외가 아니다. 최민식이 이순신 장군을 연기했고 류승룡, 조진웅이 조연 역할을 했다. 김한민 감독의 전작은 흥행작 ‘최종병기 활’이다. 마케팅비를 포함해 총제작비는 190억원이다.

충무로의 이런 흥행 전략은 할리우드의 과거를 빼 닮았다. 할리우드는 1970년대 ‘죠스’(1975)와 ‘스타워즈’(1977)가 흥행에 성공하며 블록버스터의 개념을 정립했다. 최대 성수기인 여름시장 극장가에 대규모 폭격을 하듯 물량공세를 퍼붓는 시장 전략을 만들었다. 1980년대 들어선 영화의 극적 완성도보다 기획력에 더 몰두하는 영화들이 등장했다. 청춘 스타 톰 크루즈와 당대 최고의 광고 감독인 토니 스코트를 내세운 ‘탑건’ 같은 ‘하이 콘셉트 영화’가 등장했다.

충무로의 최근 대작들도 ‘하이 콘셉트’에 매달린다. 스타 주연으로도 안심 못해 명품 조연을 대거 출연시키고 있다. 이른바 ‘멀티캐스팅’이 부쩍 늘어난 이유다. ‘늑대소년’과 ‘은밀하게 위대하게’처럼 저예산영화로 명성을 얻은 감독을 스타배우와 맞물리는 기획도 생겨났다. ‘올드보이’와 ‘살인의 추억’ ‘장화홍련’ 등이 웰메이드를 내세우며 완성도와 상업성을 동시에 노렸던 2003년 즈음과는 달라진 풍경이다.

‘명량’ 이외 올해 여름 대작들도 마찬가지다. ‘군도’는 하정우, 강동원을 앞세웠고 조진웅, 이경영 등 조연들이 뒤를 받친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의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해적’도 손예진, 김남길, 유해진, 이경영 등 유명 배우들이 동원됐다. 16일까지 476만명이 관람한 ‘군도’는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17일 400만 관객을 돌파한 ‘해적’도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 오동진씨는 “스타배우와 유명 감독을 기용하고 테크놀로지를 가미하는, 완벽한 기획영화 시대가 충무로에 도래했다”며 “최대 성수기인 여름 영화시장은 특히 기획영화들의 싸움터”라고 주장했다.

‘명량’의 그림자도 짙다. 특정 영화가 스크린을 싹쓸이하는 식으로 개봉하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김영진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는 “‘명량’의 흥행은 (올바른 리더십을 갈망하는) 사회적 상황과 조응하기도 했으나 독과점적 시스템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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