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가 걸개그림 ‘세월오월’의 전시를 놓고 파행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용우(사진) 광주비엔날레 대표가 사의를 밝혔다. 이 대표는 18일 광주비엔날레 재단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표명한 뒤, 대통령 풍자로 논란이 된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이 전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비엔날레는 창설 20주년을 기념, 특별전 ‘달콤한 이슬-1980 그 후’를 8일 개막했으나 대통령을 풍자한 ‘세월오월’의 전시가 유보되고 책임 큐레이터가 사퇴하는 등 파행을 겪었으며 이 대표는 이에 책임을 지고 이날 사의를 밝혔다.
이 대표는 “국가원수에 대한 풍자가 예술적 표현으로 등장할 때마다 그 행사를 주최하는 기관은 사실상 도탄에 빠진다”며 “검열이라는 말이 등장하면 여론은 표현의 내용이나 과정과 관계 없이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경향이 있어 그 결과는 거의 예술가의 승리로 끝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기관을 책임지는 경영자 입장에서 전시 여부를 즉각 결정하는 것은 어렵다”며 “국비와 시비 등 현실 문제도 중요하지만 물리적 환경은 광주비엔날레 재단의 존폐와도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대표는 “광주비엔날레는 단순 미술전시회가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문화적 생물”이라며 “광주비엔날레의 미래를 지역의 특정 예술가나 소수 전문가에게만 맡겨서는 곤란하며 예술인들이 협업을 통해 생산적 비엔날레를 토론하고 상호 존중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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