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정밀 조사하다 추가 확인 市는 국회의원 방문 소식 전해지자 발표
이번에도 원인은 9호선 공사 추정 주민들 "이사 가야 하나" 불안 증폭
서울 석촌지하차도에서 동공(洞空ㆍ빈 공간) 5곳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미 사흘 전 동공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공개하지 않다가 국회의원의 현장방문 소식이 전해지자 갑작스럽게 브리핑을 가진 의혹을 낳고 있다.
서울시는 18일 오후 3시 30분께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석촌지하차도에서 발견된 2곳의 동공을 조사하던 중 동공 5곳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예정된 새누리당 박인숙(송파갑) 국회의원의 현장 방문을 1시간여 앞둔 시점이다. 하지만 시에 따르면 추가 동공은 이미 사흘 전인 15일 정밀 조사를 실시할 때부터 확인되기 시작했다.
18일 정오께 지하차도 입구 집수정 부근에서 발견된 동공은 길이 13m, 깊이 2.3m, 폭 4.3m 규모다. 16일에 지하차도 종점부 램프구간에서 확인된 동공은 이보다 작은 길이 5.5m, 깊이 3.4m, 폭 5.5m 크기다. 이 동공은 광역상수도관 인근에서 발견돼 시가 구멍에 시멘트 풀을 쏴 응급조치를 했다. 나머지 동공 3곳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 아직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석촌지하차도에서는 지난 5일 입구부에서 폭 2.5m, 깊이 5m, 연장 길이 8m의 싱크홀이, 13일에는 중심부에서 폭 5∼8m, 깊이 4∼5m, 길이 80m의 동공이 발견됐다.
시는 추가 확인된 동공들 역시 지하철 9호선 3단계 터널 공사가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에 적용된 실드(Shield) 공법은 원통형 실드를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굴을 파 들어가는 방식으로, 자갈과 모래가 섞인 충적토에선 지반 침하를 일으킬 위험이 크다. 시는 시공사측이 이 공법을 시행하면서 지반의 틈새를 메우는 그라우팅을 하지 않아 동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석촌지하차도의 통행을 양방향 통제하고 지반 침하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490m 구간에서 아스팔트에 구멍을 뚫는 시추 조사로 또 다른 동공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지하철 9호선 3단계 건설을 맡은 삼성물산의 이야기는 다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그라우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사라진 흙은 틈새를 통해 쏟아져 내려 터널 내에 쌓여 있어야 맞지만, 그런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삼성물산 측은 정확한 원인 규명 뒤에야 비용 부담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석촌지하차도 주변에 특별계측 기동반을 보냈는데 현재까지 주변 상가나 주택가에선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시민들의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또 잠실 지역이 연약한 지반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지자 행여 집값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민감해하는 분위기다. 잠실에 사는 이모(43)씨는 “언제 갑자기 도로가 꺼지고, 집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걱정에 이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동공이 더 나올 수 있어 발표를 하지 않은 것이지 국회의원 방문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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