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도 저렇게 파격적이신데… 빠르고 구체적인 변화 없으면
종교에 거는 기대 쉽게 무너질 것" "사제 권위주의 벗어야" 주문도
“시민들이 열광한 것은 교황이지 한국 천주교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가톨릭 신학자들은 이렇게 입을 모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기가 높은 만큼 한국 교회가 풀어야 할 숙제도 무거운 건 그래서다. 방한 기간 중 교황이 보여준 행보와 남긴 메시지를 잣대로 한국 교회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라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 천주교회는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점차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약자의 성소로 여겨졌던 명동성당은 예전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평신도 신학자인 한상봉 가톨릭뉴스지금여기 주필은 “교황에 비춰 세 가지부터 바꾸라”고 주문한다. 첫째는 ‘작은 차’를 타라는 것이다. 한 주필은 “교황은 방한 중 ‘쏘울’을 탔지만 한국의 주교들은 고급 세단을 탄다”며 “주교들부터 모조리 작은 차로 바꾼다면 교회가 작아지고 가난해지겠다는 상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사제관, 주교관을 벗어나라는 당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이후 교황 전용 관저인 사도궁이 아닌 성직자 공동 숙소에 머물며 출ㆍ퇴근한다. 그러나 한국의 사제나 주교들은 교회 안의 숙소에서 지낸다. 한 주필은 “세상 속에 살며 시민과 함께 지내야 교회가 세상의 목소리를 더 적극적이고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셋째는 담벼락 허물기다. 교회의 담을 없애고 언제든 주민이 들어와 쉴 수 있는 휴식처 노릇을 하라는 얘기다. 한 주필은 “이는 교회의 자산을 세상과 공유한다는 의미”라며 “신자만이 아닌 지역 주민을 위한 교회가 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사제의 권위주의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항섭 우리신학연구소 이사장은 “교회가 쇄신하려면 내적인 민주화를 이뤄야 하고 그것은 사제와 평신도 간의 동등한 관계가 보장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현재 교회 내 사제는 중세의 봉건영주와 비슷하다”며 “권위적 수직구조부터 바꿔 다양한 목소리를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빈자, 소외된 자와의 연대도 교회의 몫이다. 김 이사장은 “교회가 가난한 이, 핍박 받는 이들에게서 유리되는 걸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며 “신앙의 정통성은 곧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라고 말했다.
교황의 가르침은 개신교에도 숙제를 던졌다. 유석성 서울신학대 총장은 “교황이 전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이유는 예수 정신을 행동으로 가장 잘 실천했기 때문”이라며 “천주교냐 개신교냐를 떠나 종교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사랑과 평화를 실천하고 약자들과 연대해야 하는지를 교황은 보여줬다”고 말했다.
변화는 빠르고 구체적일수록 좋다. “교황도 저렇게 하는데”라는 좋은 핑계거리도 생겼다. 한상봉 주필은 “이미 세인에게는 성공한 이들을 위한 교회, 바뀌지 않는 교회, 교회 밖의 일에는 관심이 없는 교회라는 인식이 굳어져있다”며 “구체적이고 파격적인 행동이 없다면 종교에 거는 기대가 쉽게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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