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 종일 유족 의원들 설득 잰걸음,
막판 합의안 이끌어냈지만 다시 물거품 위기로 극심한 진통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 하루였다. 여야는 7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19일 세월호 특별법 타결 직전까지 갔으나 또다시 세월호 유가족의 반대에 부딪히고 말았다. 이날 오전만 해도 여야는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언사를 쏟아냈지만, 물밑으로 유족들과 당내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주력하면서 재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 측이 여야 원내대표 합의안에 대해 ‘반대’ 결정을 내리면서 야당이 합의안 추인을 보류해 협상이 다시 표류하게 됐다.
사전 정지 작업 속 상대 압박
#오전 9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 등 유가족 측과 1시간 가량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 측은 “유가족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김 대표는 “알았다. 누군가는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고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슷한 시각,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핵심 쟁점인 야당 몫 특검추천위원을 늘려달라는 요구에 대해 “우리가 야당이 되더라도 이는 불변의 원칙”이라며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근간의 문제”라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오전8시~낮 1시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오전 내내 당내 의원들과의 간담회를 열면서 재협상 상황을 공유하는 등 바쁜 모습이었다. 당내 4선 이상 중진의원들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조찬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국회에선 원내대표단 및 주요 당직자ㆍ3선 의원ㆍ상임위 간사단을 잇따라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간담회에서 참석자 상당수는 “시한에 얽매일 필요 없다” 며 박 원내대표에 재협상 결렬을 불사한 대여 강경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적인 협상 타결 분위기
협상이 난항을 겪는 듯 보였지만 오후 들어 여야 원내대표 회동 소식이 전해졌고 정의화 국회의장도 여야 합의에 대비해 오후 늦게라도 국회 본회의를 열 수 있도록 사무처 직원들에게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협상 타결의 기대를 낳았다.
#오후 3시 30분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예정된 시각에 이완구 원내대표가 국회 귀빈식당에 나타났지만 박영선 원대대표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또 다시 야당 내 반발로 합의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같은 시간 새정치연합 전해철 의원이 여야 합의안 등 3가지 협상안에 대해 유가족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오후 4시 30분에서야 협상장에 나타났다.
#오후 5시 40분 1간여 비공개 회담 끝에 여야 원내대표는 특검 추천위원 중 여당 몫 2명에 대해 유족과 야당의 사전 동의를 구한다는 내용을 담은 합의안을 발표했다. 이어 한 시간 뒤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일사천리였다. 김진태 의원 등 일부 반발은 있었지만 이 원내대표가 직을 걸겠다며 배수진을 치면서 합의안은 박수로 추인됐다.
유족 반대로 분위기 반전, 야당 당혹
#오후 7시 30분 유가족 대책위가 여야 합의안에 대해 국회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같은 시각 의원총회를 열고 있던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가족 대책위는 “사전동의를 구한다고 해도 결국은 여당 추천이 문제”라며 여야 합의안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재재협상을 요구했다. 새정치연합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진 분위기가 됐다. 의원총회에서 강경파들은 “유가족이 반대하면 추인은 불가하다”며 합의 결렬 분위기로 몰아 갔지만 당내 중진 의원들이 “이번에도 판을 깨면 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며 중재에 나섰다.
#오후 9시 50분 새정치연합은 격론 끝에 여야 합의안 추인은 유보하되, 박 원내대표가 20일 유족들을 만나 설득에 나서기로 했다. 또 우윤근 정책위의장과 안산 지역구를 둔 김영환 전해철 의원은 이날 밤 늦게 유가족 대책위 대표들을 만나 설득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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