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위 수사권·기소권 보장하지 않으면 수용 못해
"김무성 대표에 제시한 대안 받아들이지 않은 것 유감"
세월호 유가족들은 19일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세월호 희생자ㆍ실종자ㆍ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의 재협상에도 결국 여당이 특검 추천위원 2명을 추천하게 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합의안이 나온 직후 유가족 50여명이 국회 본관 우측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수용 여부를 논의한 끝에 결국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여야는 특검 추천위원회의 국회 추천 몫 4명(여야 각 2명) 중 여당 측 추천위원 2명을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아 선정하기로 합의했다.
전명선 가족대책위 부위원장은 “야당과 유가족 동의를 받는다 해도 유족이 거부하거나 동의하지 않으면 여당은 계속 추천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진상규명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가족대책위는 “오늘 오전 9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특별법과 관련한 세 가지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가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가족대책위는 ▦내곡동 특검처럼 국회 몫의 특검 추천위원 전원을 야당이 추천하는 안 ▦여당의 추천 2명을 야당 추천으로 하는 안 ▦여야 몫 4명을 모두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추천하는 안을 전달했다.
전 부위원장은 이어 “전날 상설 특검제는 변함 없다고 들어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못 주면 이렇게 해달라 요구했던 것”이라면서 “유족들은 진상규명위원회의 수사권, 기소권을 보장하지 않고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예상했던 조삼모사”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 대변인은 사견을 전제한 뒤 “교묘히 유가족을 끌어들여 모양새만 갖춘 합의다. 더 이상 그럴듯한 말놀음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요구는 절대 변함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합의 소식을 들은 직후 페이스북에 ‘세월호 참사를 잊으면 대한민국이 잊힌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가족대책위는 또 안산에서 세월호 희생자 304명 중 과반인 152명 이상의 가족들이 모이는 총회를 열고 다시 공식 논의를 할 계획이다.
이날 37일째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 중인 단원고 고 김유민(17)양의 아버지 김영오(46)씨는 천막 가리개를 내리며 불편한 심기를 표했다. 김씨는 “유가족을 대표해서 단식하는 것이라 전체 유가족이 합의하는 대로 따르겠다”면서도 “단식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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