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야당으로 원칙 기준 없이 새누리 유가족 요구에 갈팡질팡
과도한 요구만 주문하는 당내 강경파도 정치력 부재 가속화
여야 간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 발표와 이를 추인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무능이 도마에 올랐다.
새정치연합은 19일 유가족의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생략한 채 새누리당과 합의안을 덜컥 발표했다가 유가족 반발에 부딪혀 추인하지 못하는 촌극을 재연했다. 지난 7일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강경한 새누리당과 유가족 틈에 끼어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제1 야당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새정치연합이 확고한 원칙과 기준을 갖고 있지 않아 새누리당과 유가족들 요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도부의 협상 전략 및 설득 과정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협상이 한계에 봉착할 경우 합의 도출을 위해선 우선적으로 당내 강경파와 유가족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는데도,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성급하게 합의문에 싸인을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영선 원내대표의 조급한 태도가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지난 7일 여야 합의 파기 때에도 박 원내대표는 유가족의 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 합의 성과만 강조하다 당내 의원들에게 ‘불신임’을 당했던 터였다. 한 중진의원은 “7ㆍ30 재보선 참패 이후 지도부 공백 상태에서 사실상 박 원내대표 혼자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박 원내대표가 향후 당 혁신을 주도할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대안 없이 과도한 요구만 주문하는 당내 강경파들도 당의 정치력 부재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당 지도부가 강경파에 떠밀려 애초부터 상대가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제시하다 보니 협상 성과가 부실해지고 당내 추인 과정에서도 스텝이 꼬인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에 기대를 걸었던 유가족이나 지지자들의 불신만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강경파는 이날 의총에서 ‘추인 불가’만 외쳤을 뿐 지도부를 도와 유가족 설득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번 여야 합의안을 파기한 명분 중에 하나가 강경파가 요구한 수사권 확보 요구였다”며 “오늘 의총에서 수사권 얘기는 전혀 거론되지 않은 것은 사실상 무리한 요구였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고 지적했다. 한 당내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이 국민적 갈등을 적극 해결하면서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줘야 하는데, 이번 사태로 갈등만 부각시키고 책임을 지지 않는 무능력만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