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은-신계륜-김재윤-신학용 등 여야의원 4명 영장
계좌추적 등 물증 확보 강조…임시국회 곧바로 다시 열려
19일 검찰이 새누리당 박상은(해운비리 연루),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김재윤 신학용(입법로비 의혹) 등 국회의원 4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현역 의원들의 무더기 구속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 의혹과 관련, 지난 7일 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과 최근 철도부품 업체에서 약 4,000만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난 같은 당의 송광호 의원까지 더하면 구속 위기에 내몰린 의원은 무려 6명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숫자의 국회의원에 대해 검찰이 동시다발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때 이후 처음이다.
아직 소환조사를 받지 않은 송 의원을 제외한 5명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21일로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날로 임시국회 회기가 종료돼 국회의 체포동의안 없이 구속영장 발부 절차는 신속히 진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22일부터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한 바람에 의원들이 이 때까지 버틸 경우 다시 불체포특권이 적용된다.
마치 선전포고를 하듯 검찰이 정치권을 향해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배경은 우선 세월호 침몰 사태를 계기로 민관 유착 비리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여론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관피아 비리의 정점에는 결국 국회의원들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민간기업은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고, 의원들은 감독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입법권을 활용해 업체들에 편의를 제공해 주는 ‘공생 관계’가 뿌리깊게 박혀 있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해당 의원들의 혐의 입증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그 동안 “진술만 갖고 수사하지는 않는다”며 계좌추적 결과나 폐쇄회로(CC)TV 영상 등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고 있음을 수 차례나 강조했다. 국회의원 주변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 날짜의 시간적 격차도 크지 않았다. 내사가 탄탄히 진행돼 왔다는 뜻이다.
물론 이들 의원 전원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인지 장담할 수는 없다. 해당 의원들이 하나 같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여서 법원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 ‘도주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3명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 김민성 이사장의 진술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뇌물 사건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품 제공자의 일관된 진술인데, 이게 무너질 경우 유죄 입증이 쉽지 않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똑같이 3명씩의 의원이 검찰 수사망에 오른 데 대해 “검찰이 기계적 균형을 너무 고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일부러 숫자를 맞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정치적 부담을 덜고자 그랬다면 이는 수사가 아닌 정치”라고 비판했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에 따라 수사하고 있을 뿐”이라면서도 “현재로선 추가로 수사선상에 오른 정치인은 없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