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갈등 최전선 떠오른 퍼거슨시
시내 중심가 주유소 완전히 불타고 한인 상점 20곳 중 3곳 털려
등교한 학생들 얼굴엔 두려움 가득 "경찰, 사건 제대로 안 밝혀 더 화나"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의 노르망디 고등학교. 학생 대다수가 흑인인 이 곳은 지난 9일 백인 경찰 대런 윌슨(28)의 총격으로 숨진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이 다니던 학교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사건 열흘째인 19일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의 얼굴에는 불안과 혼란이 가득했다. 이 학교 2학년 자리아 트로터(15)는 “모든 학생들이 겁을 먹고 학교로 돌아왔다”며 “사람들은 브라운에 대해 이야기하며 도대체 누가, 왜 브라운을 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2학년 아들을 학교에 내려다 주러 온 르네 페리(36)는 “내 아들이 마치 브라운처럼 느껴진다”며 “아이들은 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2만1,000여명에 불과한 소도시 퍼거슨시가 브라운의 죽음 이후로 인종 갈등의 최전선으로 떠올랐다. 주민들은 브라운 총격 사망 사건이 흑인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보여준다며 일주일 넘게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수십명의 시위대들은 이날 오전에도 경찰서 앞에서 브라운의 사진과 피켓을 들고 그의 죽음을 항의했다. 경찰서와 시위대 사이를 지나는 차들이 저마다 경적을 울리며 시위대를 응원했다. ‘손들었으니 쏘지마’라는 피켓을 든 흑인 여대생 브라이언 레키샤(22)는 연합뉴스에 “사회 소수자인 흑인을 무시한 경찰에 분노를 느낀다”며 “사건 발생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경찰이 구체적 사건 내용을 밝히지 않는 사실이 더욱 화나게 한다”고 집회 참여 이유를 밝혔다. 전날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시위를 위해 이곳에 왔다는 백인 파커 잭스(25)는 “이번 사건은 인종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평화로운 집회를 막는 세력은 경찰”이라고 진압에만 열을 올리는 당국을 비판했다.
경찰서 동쪽 시내 중심부에는 웨스트 플로리슨트 거리가 있다. 상점이 밀집한 이 거리 한 켠의 주유소는 완전히 전소했고, 몇몇 상점들의 외부의 유리는 완전히 박살이 나 격렬했던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 상황을 짐작케 했다. 조원구(68) 세인트루이스 한인회장은 “이 주변에서 흑인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미용 전문 한인 상점이 20군데 있다”며 “그 중 3곳이 완전히 털렸다”고 상황을 전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퍼거슨시 대변인은 이날 주민들에게 “경찰 학교에 지원하는 흑인 수를 늘리고 경찰차와 경찰관들에게 부착할 카메라를 위한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비극으로부터 배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위대들은 이날 저녁에도 경찰을 향해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항의했다. 이날 거리 곳곳에서 총격이 발생해 시위대와 경찰 6명이 다치고 31명이 체포됐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전날 미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 응답자의 80%가 이번 사건이 미국에서 논의가 필요한 중요한 인종문제를 부각시켰다고 답했다. 반면 백인들은 37%만 이같이 응답해 퍼거슨 사태를 보는 흑백 반응이 확연히 달랐다. 미국의 인종갈등은 현재 진행 중이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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