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일상은 다르다. 온통 부재다. 기막힌 상실 뒤 흔한 일상이 달아났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덮으란 위로는 위선이다. 망각은 이유를 찾았을 때 시작된다. 기억은 우리 몫이다.
“산 사람은 사는 게 중요하다며 슬쩍 프레임을 비트는 것은 보수 언론의 아주 오랜 전통인가 보다. 물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동시에 물을 건 묻고 따질 건 따져야 한다. 그래야 참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피로론이 득세하고 있다. 시기가 교묘하다. 7ㆍ30 재보궐선거가 야당의 참패로 끝나고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도 심리적 저지선이던 40%가 무너지려다 반등하던 시기에 말이다. 보수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국민들이 세월호 심판론을 앞세운 야당이 아니라 경제 살리기를 강조한 여당을 선택했다며 세월호 피로감을 설파하고 있다. (…) 세월호 피로감은 정치적 프레임이다. 프레임은 사실 여부를 넘어 특정한 정치적 효과를 노리는 이야기틀이다. (…) 경제가 어려운데 출구를 찾자, 특례입학이나 의사자 지정은 심한 것 아닌가(정작 유가족은 이런 요구를 하지도 않았다는 ‘팩트’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야당이 세월호 이슈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등등. 이 프레임 속에서 세월호 이슈는 자연스럽게 민생을 불편하게 하는 걸림돌이 된다. 곧잘 간과되고 있지만 또 다른 정치적 효과를 따져볼 필요도 있다. 세월호 피로감을 의식하는 순간, 대화의 화제로 꺼내기 어려워진다. 서로 부담스러운 탓이다. 민주주의의 본령이 다수결이라는 형식적 승패가 아니라 소통을 통한 숙고와 성찰이라는 내용적 과정에 있다면, 피로감 프레임은 민주주의 자체를 질식시킨다. (…)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평화와 화해는 충돌이나 갈등이 없는 상황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다. 그리고 정의는 정치권이 유족들 앞에서 다 내려놓고 듣고 또 듣는 일에서 시작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피로’한 유족들 앞에서 어찌 ‘피로’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피로감이라는 프레임(한겨레 ‘한겨레 프리즘’ㆍ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전문 보기
“한국에 자식 잃은 부모들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던 아들딸을 잃은 부모들의 울음소리가 100일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씩씩한 사나이가 돼서 돌아오겠다며 군대에 갔던 아들을 이유도 모른 채 저세상으로 보낸 부모들의 눈물이 수십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 말한다. 유가족들에게.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 유가족들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일상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사랑하던 아들딸을 위해 살던, 사고 이전의 일상으로…. (…) 지금 유가족들에게 돌아갈 일상은 없다. 새로운 일상이 있을 뿐.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들에게 마음의 치유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이번 사건의 진실규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 또 참사의 원인을 바로잡아 ‘내 자식은 억울하게 죽었지만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은 세상에서 산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아이들을 놓아줄 수 있다고 한다. (…) 며칠 전 여군 장교이던 딸의 자살이 상관의 성희롱 때문인 것을 밝혀낸 어머니는 4년 동안이나 이유를 찾아 헤매야 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도 제대로 밝혀내지 않으면 앞으로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일상으로 삼게 될 것이다.”
-일상을 잃어버린 유가족들(8월 15일자 경향신문 ‘로그인’ㆍ김석 비즈n라이프팀장) ☞ 전문 보기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무한자유를 국민은 허락하지 않았다. 외려 구속을 받아들이고 의무를 자임한 이다. 300명 넘는 국민이 수장되는데 출근조차 하지 않았단 건 부끄러울 일이다.
“대통령에게도 기본권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사생활과 비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통령의 사생활의 범위는 매우 좁다. 대통령은 거의 모든 동정이 공적 관심사가 될 수 있는 공인 중의 공인이기 때문이다. (…) 대통령의 부도덕한 사생활은 탄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현행 헌법은 직무수행에 관한 위법행위만을 탄핵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 그러나 그의 사생활 관련 비행 내지 범법행위는 위법한 직무수행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고 또 정치권이 눈감아왔던 위법적 직무수행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결행하게 할 수도 있다. (…) 그런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통령의 동정은 기본권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사생활의 비밀’도 아니다. 청와대에서 집무를 봐야 할 시간대에 은밀한 사생활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비밀로 보호할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의 신변안전을 위해 비밀로 해야 할 사항도 아니다. 미래의 구체적 동정이 아니라 과거의 행적이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의 대통령 동정의 정확한 공개가 아니라, 오히려 대참사가 예견될 때조차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청와대의 보고체계,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의문스런 행태 내지 상황파악조치 못하는 그의 무능이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 먼 바다도 아닌 근해에서 두 눈 멀쩡히 뜨고 당한 대참사에 대한 국가 심장부의 어처구니없는 대처의 근본 원인과 대통령을 대신해 당시의 상황을 지배함으로써 구조작업을 그르치게 한 자를 정확히 밝히는 것만큼 큰 공익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세월호 대참사 와중의 대통령의 사생활?(한국일보 ‘아침을 열며’ㆍ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전문 보기
“박근혜 대통령은 4월 16일 ‘문제의 7시간’ 동안 청와대 관저에 있었습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 말이 하기 어려워 “위치에 관해서는, 전 모릅니다”(7월 7일)라고 국회에서 답변했고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청와대 경내에 계셨다”(8월 13일)고 말했습니다. (…) 문제는 대면보고나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가 없었다는 점이었죠. 이 대목은 본질적으로 해상사고인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 사건으로 몰고 가려는 악의와 결합돼 추악한 괴담으로 전개됐습니다. (…) 세월호 논란이 ‘세월호 이후의 안전한 한국’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일본의 조롱거리로 떨어진 게 안타깝습니다. 세월호 논란엔 좀 더 많은 사실이 제공돼야 합니다. 그래야 풍문과 괴담이 가라앉습니다. (…) 박 대통령이 대면보고나 스스로 주재하는 회의가 없었던 것은 전화 보고를 선호하는 그의 스타일 외에도 ‘전원 구출’이란 오전의 오보에 영향받았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평일 근무시간에 정위치가 아닌 관저에 있었다는 점 때문에 세월호 당일의 행적을 더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청와대 상공에 북한군의 무인정찰기까지 떠다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동선을 소상하게 드러내는 건 경호상 적절치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넉 달 전 어느 날 있었던 7시간의 이야기 정도는 이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 대통령은 스스로 결심하고 김기춘 비서실장을 국회로 보내 7시간 청와대의 불투명성을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조치를 취해주길 바랍니다.”
-그때 대통령은 관저에 있었다(8월 18일자 중앙일보 ‘서소문포럼’ㆍ전영기 논설위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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