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사전 경고 없이 가둬" 반발, 관리 가족 탈출에 격분 군경과 충돌
WHO 총장, 조기 종식에 회의적
에볼라 사망자가 속출한 라이베리아가 감염 확산을 우려해 일부 지역을 봉쇄하자 주민들이 폭력시위에 나서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 동쪽 빈민가인 웨스트포인트 거주자 수백 명은 20일 오전 군과 경찰, 해안경비대 등이 이 지역으로 통하는 길을 철조망과 폐자재 등으로 차단하자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정부가 에볼라 확산 차단을 위해 통로를 봉쇄하자 ‘비인간적인 조치’라며 반발했다. 한 주민은 AFP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무런 사전 경고도 없이 우리를 가둬버렸다”며 “아이들을 먹이려면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시위대는 몬로비 지방 정부 관리가 자신의 가족을 데리고 웨스트포인트를 빠져나가려는데 격분해 격렬히 항의하며 군경과 충돌했다. 군과 경찰이 출동해 공중에 총을 발사하고 최루탄을 쏘며 이 관리의 가족을 차에 태워 대피시키자 시위대는 돌 등을 던지며 충돌, 주민 4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이날 늦게 웨스트포인트의 질서가 회복됐다”며 경찰이 시위대에 발포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라이베리아가 주민 반발을 무릅쓰고 통행을 차단한 건 에볼라 바이러스가 가장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18일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 전체 감염자(2,473명)와 사망자(1,350명) 중 라이베리아(972명 감염, 576명 사망)가 40%정도를 차지해 가장 많고, 시에라리온(907명 감염, 374명 사망), 기니(579명 감염, 396명 사망), 나이지리아(15명 감염, 4명 사망) 순이다. 특히, 이들 4개국 중 지난 주말(16~18일) 추가 사망자가 나이지리아에서는 나오지 않았고, 시에라리(9명)와 기니(2명)도 한 자리수로 진정된 반면 라이베리아는 무려 95명이 발생했다. 그러자 엘렌 존스 설리프 대통령은 20일부터 야간 통행금지령을 발동하고 몬로비의 웨스트포인트와 돌로 타운 지역을 봉쇄한 것이다.
하지만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에볼라 사태 조기 종식이 어려울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20일 미국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기고한 글에서 “누구도 이번 사태의 조기 종식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며 “국제사회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광범위한 공조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가 광범위하고 심각해져 해결이 어렵게 된 원인으로 빈곤을 꼽았다. 챈 총장은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은 모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라며 “최근 들어서 내전과 분쟁에서 벗어나는 상황이라 보건 체계가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3국의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가 1∼2명에 불과하고, 대부분 도시 지역에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의료인 약 160명이 감염돼 80명 이상이 사망했고, 병원도 격리 병동이 한계에 달해 전염을 막을 능력을 사실상 상실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전염병학자 올리버 브래디 박사는 21일 네이처 기고에서 “이번 에볼라 확산을 막고 감염을 치료하려면 시험단계인 치료제와 백신이 최대 3만명(감염자 가족, 의료진, 장례관계자, 구호요원 등 포함)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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