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정국' 탈피 본격 모색… 민생·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강조
박영선 엄호하며 "재협상 불가" 세월호 유족 접촉은 소극 모드
세월호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정부ㆍ여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틀어쥔 형국이다. 여야 합의를 잇따라 백지화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실질적인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지자 여권은 민생ㆍ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강조하며 ‘세월호 정국’ 탈피에 본격 나섰다. 하지만 여권의 행보가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으로 흐를 경우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여야 원내대표간 세월호특별법 잠정 재합의가 사실상 번복된 후폭풍 탓에 21일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천양지차였다. 새누리당은 ‘민생ㆍ경제위기론’을 전면화하고 나서면서 수세적ㆍ방어적일 수밖에 없었던 세월호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벗어나려 한 반면 새정치연합은 별다른 공식일정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새누리당은 이날 민생ㆍ경제위기론을 적극 강조하며 본격적으로 국면 전환에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민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민생ㆍ경제법안이 세월호특별법의 볼모로 잡혀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세월호특별법과 분리해 민생ㆍ경제법안을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내대표단은 정책위원회와 함께 시급히 처리할 민생ㆍ경제법안을 각 상임위원회별로 일별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박 원내대표가 세월호특별법 재합의한에 대한 의견 수렴을 명분으로 대외행보에 나섰지만, 당 안팎의 비판적인 기류가 갈수록 거세지는 분위기여서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여기에 8월 임시국회 단독 소집을 두고 ‘방탄국회’라는 비난에 직면한데다 소속 중진의원 3명이 비리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등 내우외환이 겹쳐진 상황이다.
이처럼 130석을 가진 제1야당이 극심한 무력감에 빠져들면서 사실상 대여 견제자로서의 역할을 상실하면서 새누리당은 본격적인 국정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새누리당은 당장 여야 원내대표간 기존 합의에 따라 26일부터 1차 국정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사를 야당 측에 전달했다. 어떤 식으로든 정부ㆍ여당에 부담이 큰 국감의 파고를 서둘러 넘어서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새누리당은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박 원내대표에 대해선 “강경파의 비판을 받으며 유가족을 설득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김 대표)는 등 적극 옹호하면서도 “재협상은 없다”(이 원내대표)고 못을 박았다. 세월호 유가족과의 직간접적인 접촉에도 거의 나서지 않고 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날 오후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게 전부다.
일각에선 세월호 유가족들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등 7ㆍ30 재보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법으로 인해 국정이 올스톱”이라며 “세월호 일부 가족들이 법체계와 원칙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월호특별법 재합의안 파동 이후 사실상 국회에는 여당만 있는 상황이 됐다”면서 “여당 입장에선 그간 미뤄뒀던 숙제를 한꺼번에 하고 싶겠지만 기본적으로 정치가 갈등과 이해관계의 조정ㆍ타협이란 점을 간과한 채 일방통행으로 갔다간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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