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아사드 협력 의사 밝혔지만 독재자 입지 강화 역효과 고민
시리아內 수니파 반군 적으로 돌려 IS세력 되레 키울 가능성도
중동에서 새로운 ‘트라이 앵글 게임’이 시작됐다. 미국의 진보적 정치비평가 노엄 촘스키는 이스라엘(시오니즘)과 팔레스타인, 미국 간 서로 얽힌 이해 관계를 숙명의 트라이 앵글로 불렀다. 그러나 미 시사잡지 뉴요커는 25일 미국과 시리아 정부, 그리고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의 3자 사이에 새 트라이 앵글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고된 미국의 시리아 내 IS 거점 공습이 가져올 3자 간 복잡한 역학관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2주 간 휴가에서 돌아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척 헤이글 국방장관, 백악관 보좌관들과 시리아 공습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현재까지 어떤 군사행동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며, 공습이 중동구도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공습 사전조치 시리아 정찰 시작
워싱턴과 국방부의 분위기만 보면 이라크에 이은 시리아 내 IS공습은 임박한 모습이다. 미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정찰비행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23일부터 U2기를 비롯 유인ㆍ무인 정찰기를 시리아 정찰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다. IS세력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공습 사전조치로 풀이된다. 미 국방부는 동시에 IS세력 공습을 위한 군사작전 수립에 들어갔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공습이 (전쟁권한법에 따른) 의회승인 절차 없이 결정될 수 있다”고 말해, 법률검토까지 마쳤음을 시사했다.
이 보다 하루 앞서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은 “IS가 미국 본토나 유럽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시리아 내 IS에 대한 직접적 군사대응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내 IS 공습을 직접 권고해 오바마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냈던 뎀프시 의장은 “대통령이 (권고한대로) 대응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공습 역효과, 수니파를 적으로 만들어
오바마 정부의 고민은 시리아 공습으로 IS세력이 약화되면 반대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입지가 강화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시리아 사태는 정부군인 시아파와 반군인 수니파의 대결로 진행됐고, 미국은 알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압박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IS 공습으로 반군과 정부군의 균형이 무너질 경우, IS뿐 아니라 수니파 반군 모두를 미국의 적으로 만들 수 있다. 장기적으론 공습이 IS세력을 확대시킬 수 있는 셈이다. 미 언론들도 미군 공습 시 3년 째 내전 중인 시리아 사태가 새로운 고비를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의도하지 않은 공습의 역효과를 줄일 방안으로 공습 시 알아사드 정권과 협력하지 않고, 공습지역도 시리아와 이라크 국경지역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리아 공습이 온건 반군 세력 확대로 이어지도록, 요르단 터키 사우디아라비아의 협조를 끌어내는 방안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시리아 문제는) 적의 적이 나의 친구인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알아사드 정부와 군사적 협력을 하면 시리아와 이라크의 수니파를 영원히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손 내미는 알아사드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국이 알아사드 정권의 협조 없이 IS를 공습하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시리아 정부군은 방공망을 갖추고 있어 미군 공습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미 국방부에선 B-2 스텔스 폭격기와 토마호크 미사일을 이용한 공습이나, 시리아 방공망을 무력화시킨 이후 공습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두 경우 모두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는 IS공습에 협력할 수 있다는 뜻을 미국 정부에 전했다. 알아사드 정부는 이날 “시리아 승인 없이 이뤄지는 공격은 침략으로 간주하겠다”며 경고장을 날린 뒤 “시리아는 (미국과)공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습에 협조할 뜻을 내비쳤다. 프레데릭 호프 전 국무부 관리는 시리아 공습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덤불 속으로 걸어가고 있다”며 중동에 다시 군홧발을 들여 놓는 미국을 예상했다.
이집트 UAE, 리비아 독자 공습
오바마 정부가 IS세력 공격에 신경을 곤두세운 사이 미국 동맹국인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또 다른 내전을 겪고 있는 리비아를 두 차례 공습했다. 미 언론은 UAE가 전투기로 공습을 단행하고, 이집트는 공중급유와 기지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양국은 리비아 동부 데르나시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타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리비아 내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한 축을, 터키 카타르가 다른 축을 구성해온 만큼 이번 공습이 중동국가 간에 반군 무기지원 경쟁을 부추기는 등 리비아를 또 다른 화약고로 만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공습이 오바마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독자행동으로 알려져 미국을 당혹스러워 만들고 있다. 중동에서 리더십을 잃고 있는 오바마 정부의 한계가 다시 드러난 사건인 때문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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