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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회고록에 다시 불붙은 '대우그룹 해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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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회고록에 다시 불붙은 '대우그룹 해체 논란'

입력
2014.08.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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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前 회장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 탓"

강봉균 前 수석 "방만한 부실경영 탓" 맞불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교수가 26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우그룹 해체 관련 비공개 증언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출판기자간담회에서 저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교수가 26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우그룹 해체 관련 비공개 증언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출판기자간담회에서 저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여의도동 중소 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특별포럼'에 참석해 부축을 받으며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여의도동 중소 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특별포럼'에 참석해 부축을 받으며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그룹이 정부 관료의 잘못된 경제정책 때문에 망했다는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주장에 대해 당시 관료들이 공개 반박하면서 해묵은 기획해체론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김 전 회장이 부실경영으로 법적 심판을 받고도 반성하는 모습보다는 책임을 떠넘기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6일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김 전 회장과의 대화내용을 담아 출간한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통해 “15년 전 대우해체는 김대중 정부의 경제관료였던 강봉균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도 이날 서울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특별포럼’에 참석 “15년 전 대우그룹 해체 이후 시간이 충분히 지났기 때문에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직접 논란에 불을 댕겼다.

저서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당선되자마자 김 전 회장을 ‘경제대통령’으로 칭하며 금융위기 극복방안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당시 경제관료들은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수출확대를 통한 위기극복을 주장하던 김 전 회장을 곱게 보지 않았다.

강 수석은 수출확대를 위한 시설확장을 위해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김 전 회장의 요청에 대해 “시장경제 중심으로 하니 정부가 나서서 그런 것을 못 한다”고 거부했다. 이에 김 전 회장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그러면 강 수석은 왜 거기 앉아 있나. 시장 중심이면 청와대 경제수석 자리도 필요 없겠네”라고 반격해 미운 털이 박혔다는 것이다.

이후 관료들은 대우에 대해 “밀어내기 수출과 이로 인해 창출된 매출채권으로 운전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김 전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보고를 했고, 수출금융을 풀어달라는 요청도 거부했다는 게 책의 내용이다. 김 전 회장은 “관료들이 자금 줄을 묶어놓고 대우에 부정적인 시장분위기를 조성해 대우를 부실기업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당시 수석은 “부실경영과 구조조정에 소극적이었던 게 대우그룹 해체의 결정적 원인”이라며 김 전 회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강 전 장관은 신장섭 교수의 공개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외환위기 당시 국제금융기관은 방만한 투자를 정리하지 않으면 돈을 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재벌들은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고 자구노력을 했는데 대우만 안 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수출금융 규제로 대우의 단기차입금이 급증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수출금융은 대우에만 차별적으로 적용하지 않았다. 다른 재벌들은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대우만 왜 그랬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강 전 장관은 “대우의 빚이 급증한 이유는 금융권에서 대우가 불안하다고 판단해 돈을 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대법원 선고까지 난 사안이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의 기획해체론 주장에 대해 학계에서도 앞뒤가 안 맞는 논리라는 비판이 주류다. 대우그룹 해체로 매각된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인터내셔널, 대우건설, 옛 대우자동차(한국GM) 등이 현재 건실해진 것은 김 전 회장이 과거 우량회사들을 차입경영과 방만경영으로 부실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경제환경이 바뀌었는데도 과거 방식의 성장전략을 고수한 것이 대우 패망의 원인인데 정부에서 지원해주지 않았다고 망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에 머물며 2012년부터 글로벌 YBM(Young Business Managers) 과정을 통해 국제 비즈니스를 제대로 할 젊은 사업가를 양성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06년 11월 분식회계와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8년6월과 추징금 17조9,253억원이 확정됐지만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8년 1월 특별사면 됐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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