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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영풍 석포제련소, 대규모 무허가 공장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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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영풍 석포제련소, 대규모 무허가 공장 건설

입력
2014.08.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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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영풍 석포제련소, 대규모 무허가 공장 건설 파문

郡, 뒤늦게 적발 고발ㆍ이행강제금 부과하자 사측은 양성화 요구

하류지역 주민들 “적반하장… 사후 건축허가ㆍ도시계획변경 반대”

영풍 석포제련소가 불법으로 지은 3공장 전경. 흰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어 이미 가동 단계임을 보여주고 있다./2014-08-26(한국일보)
영풍 석포제련소가 불법으로 지은 3공장 전경. 흰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어 이미 가동 단계임을 보여주고 있다./2014-08-26(한국일보)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가 불법으로 대규모 아연 슬러지 재처리공장을 짓다가 적발됐으나 뒤늦게 되레 ‘양성화’를 요구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봉화군도 ‘현실론’을 들어 양성화 해 줄 움직임을 보여 공장 하류지역 주민들이 수질과 대기오염 등을 우려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극판공장 짓겠다며 슬러지 재처리공장 건축

봉화군 등에 따르면 석포제련소는 현재 가동 중인 1, 2공장과 연결되는 중간의 14만여㎡ 부지에 배터리 극판 등을 생산하는 3공장(굴티공장)을 짓겠다고 2005년 허가를 받은 뒤 2010년쯤부터 불법으로 대규모 아연제련 슬러지 재처리공장을 건립 중이다. 당초 허가를 받은 극판공장은 2008년쯤 완공했다.

허가 받은 공장은 극판공장 건물 2개 동이지만, 실제 지은 건축물은 15개 동에 공작물도 23개소나 된다. 건축물 13개 동과 공작물은 모두 무허가 건물이다. 이 과정에 지구단위계획 변경 없이 일부 산림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연제련 슬러지 재처리공장은 원광석에서 아연을 뽑아낸 뒤 나오는 슬러지 속에 남아 있는 금 은 구리 등을 추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전에는 경제성이 낮아 슬러지를 폐기물로 처리하거나 시멘트 생산 원료로 공급했지만 국제 금값과 원자재 시세가 폭등하자 ‘재활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슬러지에 남은 금 은 동 등을 추출한 뒤 남은 찌꺼기만 시멘트공장 등에 넘기는 것이다. 제련소 측은 재처리공장 건설에 1,400억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행정당국 시정지시도 무시

이 같은 불법행위는 지난해 8월 봉화군에 적발됐다. 이마저도 군이 먼저 안 것이 아니라 회사 측이 지구단위계획변경을 신청한 뒤에 드러나 회사측과 봉화군의 유착 의혹이 일고 있다. 변경 요청안은 오염물질을 연간 8톤 이하만 배출할 수 있는 소규모의 4종 사업장에서 80톤 이상 가능한 1종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했다. 먼저 일을 벌여 놓고 사후에 행정절차를 밟은 셈이다.

봉화군은 원상회복명령과 함께 영풍 석포제련소를 지구단위계획 위반으로 고발했다. 법원은 최근 공장건립 책임자와 회사에 대해 1,500만원씩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봉화군은 또 올 3월부터 최근까지 석포제련소에 대해 건축법,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산림법 등의 위반사항을 적발해 행정 및 법적 조치를 했다고 밝혔지만 모든 것은 시늉에 불과했다. 지난해 8월 당시 3공장 공정률은 80%. 최근에는 수시로 연기가 피어 오르는 등 거의 완공된 것으로 보인다. 제련소 측은 “시험가동 중”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봉화군이 시정지시를 내린 사이 회사측은 이를 무시하고 계속 공사를 강행했음을 의미한다. 양측의 유착이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봉화군은 겉으로는 위법을 바로잡는 것처럼 하고 속으로는 불법행위를 봐 주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뒤늦게 ‘양성화’ 요구… 하류 주민들 반발

봉화군은 제련소 측이 원상회복 대신 공사를 강행하자 지난 3월 14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고, 제련소 측은 즉각 납부했다. 이어 이미 다 지은 건물에 대해 착공 전에 해야 하는 건축허가와 지구단위계획변경을 신청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제련소가 있는 석포면 주민들은 대부분 양성화에 찬성하는 분위기이지만, 하류 지역 소천면 주민들은 수질, 토양과 대기가 중금속에 오염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12일 도시계획 및 건축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공동위원회 회의장을 방문, 공장 건축 허가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 군은 28일 소천면사무소에서 설명회를 열 예정이지만, 주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대형공장 건설 따른 규제 회피 ‘꼼수’ 의혹

석포제련소가 1,400억원이나 들어간 공장을 불법으로 지어 놓은 뒤 뒤늦게 행정절차를 밟고 나선 것은 1종 사업장 건설에 따른 엄격한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많다.

한 제조업체 CEO는 “석포제련소는 아마 봉화지역 최대 제조업체일 것”이라며 “사전에 절차를 밟게 되면 아무래도 환경영향평가 같은 것을 에프엠(FM,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지만, 다 지어 놓고 하면 봉화군도 1,400억원짜리를 철거하라고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천면 출신 이상식 봉화군의원은 “짜고 치는 고스톱과 마찬가지 행태가 벌어지고 있으며 청정 봉화를 오염시키는 석포제련소 공장 확장이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최기봉 석포제련소 소장은 “극판생산 공장만 지으려다 갑자기 슬러지 재처리 공장 건축으로 확대하다 보니 행정처리에 소홀한 것 같다”며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은 설비에서 배출되는 오염량이며, 굴뚝으로 나가는 것은 4종과 1종 모두 같은 기준치가 적용된다”며 지구단위계획변경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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