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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인줄 알았더니 '근심자리'

입력
2014.08.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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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LH스타힐스 2단지 지하층 물 차고 벽서 녹물 흘러나와

"의무거주 탓 이사도 못 가는데…" 주민들, LH 무책임 하소연

2012년 12월 준공한 서울 서초구 우면동 LH스타힐스 지하 공동구에 물이 차 오르고 벽에 금이 가는 등 하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26일 오후 관리사무소 직원이 아파트 지하 2층 공동구에 차오른 물을 삽으로 퍼 내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2012년 12월 준공한 서울 서초구 우면동 LH스타힐스 지하 공동구에 물이 차 오르고 벽에 금이 가는 등 하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26일 오후 관리사무소 직원이 아파트 지하 2층 공동구에 차오른 물을 삽으로 퍼 내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지어진 공공주택(옛 보금자리주택)에 부실 시공으로 인한 하자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공공주택 공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보금자리지구 내 ‘LH스타힐스’ 2단지 주민 300여명은 경기 분당의 LH본사를 찾아 민원을 제기하고, 오후 1시에는 시공사인 서희건설의 서초동 사옥 앞에 모여 부실시공 및 하자보수 불이행 규탄 집회를 열었다.

박종균(43) 입주자 대표는 “서민들에게 주택 마련의 꿈을 실현해주겠다며 공공주택을 만들어 놓고, 문제가 생기니까 책임을 회피해 입주민만 골탕을 먹고 있다”며 “LH는 부실시공에 대해 사과하고 철저하게 하자를 보수한 후 주민들의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H스타힐스는 2012년 12월 준공 후 입주를 시작해 1,082세대가 살고 있다. 대부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는 성취감에 들떠 있던 영세 서민들이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지난 5월 단지 내 지하 2층 공동구 내에 심할 때 20㎝ 이상 물이 차 올랐고, 공동구 벽 일부분의 갈라진 틈(크랙)에서는 녹물이 흘러나왔다. 천장에서도 물이 떨어졌고, 곰팡이가 잔뜩 슬어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공동구는 전선, 수도관 등을 수용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주민들의 민원에 LH는 제습기를 설치했지만 생색내기식 땜질 처방에 불과했다. 한달 180여만원에 달하는 전기료는 주민들이 부담하라는 LH의 대처는 화를 더 키웠다.

주민들은 누수 현상이 시공사가 제대로 외벽 방수 공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주변 송동천이 흐르던 곳에 아파트를 지었는데, 시공사가 이런 지리적 특성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하지만 LH 측은 크랙을 메우는 보수공사만 한 채, 누수 현상에 대해선 “습한 여름 날씨의 영향과 지하주차장의 낮은 온도로 인해 발생한 결로 현상”이라며 “결로는 하자가 아니라 보수 공사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4일 서초구청의 안전점검 결과, 일단 공동구 내 물고임 현상은 누수 현상이며 정밀점검을 통해 근본적인 누수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는데도 LH의 이런 태도는 계속됐다. 이에 주민들이 다시 민원을 제기하자 LH 측은 “동일민원 3회 이상 제기하여 내부종결 처리함을 알려드린다”는 무성의한 답만 보냈다. 주민들의 요구를 악성 민원으로 치부해버린 것이다. LH 관계자는 하자 보수를 요청하는 주민들의 이메일에 대한 답변에서 “저희 집이 썩고 있으면 청소를 합니다. 귀 단지는 청소를 진행하는지 묻습니다”라고 오히려 주민들을 공격했다.

이러는 사이 보금자리 주택 입주자들은 하자 보수도 못 받고 이사도 못 가는 처지가 되어 속만 태우고 있다. 한 주민은 “보금자리 주택은 5년을 의무 거주해야 하고 8년 동안 전매가 제한돼 이사를 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상황”이라며 “LH가 책임 있는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LH 측은 이날 주민들의 항의 집회 후 “그간 업무 담당자의 태도에 대해 사과 드린다”면서 “입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의견을 수렴해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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